'LCC 20년' 안전역량은 제자리였나…숫자로 살펴본 항공 안전

LCC 정비비 대당 50억, 정비사는 10명 안팎 그쳐…가동시간은 대형항공사보다 길어
국내 1위 LCC 제주항공도 항공기 40대 남짓…국내 MRO 회사는 두곳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엿새째인 3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에서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ARAIB)와 국과수 관계자들이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 둔덕에 파묻힌 엔진을 살펴보고 있다. 2025.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기 전이지만, 저비용항공사(LCC)의 안전 역량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범 20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꿈꿨던 LCC들이 원점으로 돌아가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국적사별 2024년 항공안전투자공시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LCC가 고시한 여객기 1대당 정비 비용은 △제주항공(089590) 53억 원 △티웨이항공(091810) 28억 원 △진에어(272450) 36억 원 △에어부산(298690) 79억 원이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116억 원, 12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항공기 정비·수리·개조' 비용을 현재 항공기 대수로 나눈 수치로, 대형 항공사에 대형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격차가 큰 편이다.

여객기당 월평균 가동시간은 정반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항공사별로 △제주항공 418시간 △티웨이항공 386시간 △진에어 371시간 △대한항공 355시간 △에어부산 340시간 △아시아나항공 335시간 순이다.

통상적으로 항공산업은 투입 규모가 늘수록 장기적으로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 실현이 중요하다고 본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고, 제주항공이 국내 LCC 중 처음으로 리스가 아닌 자체 구매로 50대의 항공기를 도입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다만 안전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LCC는 국내에서 전무하다. LCC들의 2023년 국외 정비비 비중은 71.1%로 대부분 중정비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항공기는 일정 주기마다 주요 구성품을 분해하고 교체하는 등의 중정비를 실시해야 한다.

국내에서 MRO(유지·보수·정비)가 가능한 업체는 대한항공과 한국항공우주산업(047810)(KAI)의 자회사인 한국항공서비스(KAEMS)뿐이다. 이마저도 대한항공은 다른 항공사까지 맡을 여력이 부족하고, KAEMS는 2018년 설립돼 역량을 키우는 단계다. KAEMS가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보수 공간은 B737 10대 수준이다.

그렇다고 국내 LCC들이 기단에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LCC 시초라고 평가받는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지난해 6월 기준 B737만 무려 817대를 운용하는 초대형 LCC다. 2005년 설립된 제주항공은 국내 최대 LCC지만 B737 기단 규모는 41대에 불과하다.

인력도 문제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국적사의 정비사 수는 △대한항공 2661명 △아시아나항공 1302명 △제주항공 469명 △티웨이항공 344명 △진에어 272명 △에어부산 181명으로 집계됐다. 항공기 1대당 정비사 수를 봐도 FSC는 16명 정도인 데 반해 LCC는 그보다 60% 정도 적은 10명 안팎에 그친다.

물론 정비 외주화와 정비 부실을 연결짓는 것은 과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해외에서 정비를 받는다고 항공당국인 국토교통부의 규제를 벗어난 점검을 받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제대로 된 MRO를 위해서는 인프라와 인력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규모가 작은 국내 LCC들이 자체적으로 역량을 기르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에는 에어아시아처럼 MRO 설비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기단이 200대가 넘는 초대형 LCC이고 정부 차원에서 LCC 전용 터미널을 세우는 등 지원이 뒷받침돼 있다. 반면 국내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면 격납고도 없는 형국이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