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D램 가격 낙폭 커진다…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먹구름
"일반 D램 수요 침체…1분기 HBM 포함해도 0~5% 하락"
'실적 풍향계' 마이크론, 전망 부진…삼성·SK 전망치도 하향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내년 1분기 일반 D램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중국 기업들이 공급을 확대하는 DDR(더블데이터레이트)4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선단 제품인 DDR5도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서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컨벤셔널(일반) D램 가격은 3~8% 하락하고, 새해 1분기에는 하락 폭이 8~13%로 확대될 전망이다.
HBM을 포함한 전체 D램 가격은 4분기에는 0~8% 오르고, 1분기에는 0~5%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수요가 인공지능(AI) 등 첨단 제품에 집중되고 PC, 스마트폰 등에 이용되는 일반 D램 수요는 하락하는 메모리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는데, 새해에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 등 중국 기업들이 주로 생산하는 구형 D램인 DDR4뿐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DDR5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서버용 DDR5 가격은 4분기 3~8% 상승하지만, 새해 1분기에는 3~8% 하락으로 전환하고 PC용 DDR5도 가격 하락 폭이 4분기 3~8%에서 1분기에는 5~10%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트렌드포스는 "서버용 제품은 DDR4와 DDR5 모두 1분기 계약 가격 약세가 예상된다"며 "계절적 비수기에 더해 제조사들이 DDR4 생산능력을 DDR5로 전환하고, HBM 생산능력 일부도 DDR5로 돌리면서 DDR5 공급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은 이미 지난 12월 20일 기대를 밑도는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바 있다.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1분기(9~11월) 87억 1000만 달러 매출과 1.79달러의 주당 순이익을 기록해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지만, 2분기(12∼2월)에는 매출은 79억 달러, 주당 순이익은 1.53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월가 전망치(매출 89억 9000만 달러, 주당 순이익 1.92달러)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낮춰 잡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개월 전 9조 6501억 원으로 집계됐지만, 지난 12월 30일 기준 8조 6427억 원으로 약 1조 원 떨어졌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같은 기간 7조 5542억 원에서 7조 2239억 원으로 하향됐다.
양사는 레거시(구형) 공정의 선단 공정 전환을 가속하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에 기존 라인의 공정 전환을 가속해 레거시(범용) 제품 비중을 줄이고 선단 공정 비중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선단 공정에 기반한 차별화 제품에 집중해 수익성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경쟁력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수요가 둔화하는 DDR4와 LPDDR4 생산을 계획보다 빨리 축소하는 대신 HBM과 DDR5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선단 공정 전환을 앞당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단 공정을 적용할수록 웨이퍼당 생산할 수 있는 칩이 많아지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고용량,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D램 가격이 약세인 상황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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