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가격 내년에도 암울"…K-양극재, 실적 반등 멀어지나
올해보다 낮은 내년 전망치…역래깅 효과 가능성↑
美·EU 시장 위축…다변화·수직계열화 효과 기대도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 가격이 새해에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적 반등을 기대하던 국내 양극재 업계에 드리운 암운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31일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킬로그램(㎏)당 리튬 시세는 76위안이지만 올해 4분기 가격은 72.87위안 정도로 예상된다. 새해도 1분기와 2분기 리튬 가격은 이보다 낮은 68.86위안, 69.10위안 수준으로 전망된다.
리튬 시세는 전기차 시장이 활황을 맞았던 2022년 4분기 541.7위안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 국면에 진입하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올해에는 1분기 93.59위안에서 2분기 102.98위안으로 잠깐 반등했으나 3분기 76위안으로 다시 주저앉았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새해 리튬 가격의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 내다봤다. BoA는 현재 810달러 수준인 스포듀민(리튬 원석)의 가격이 새해에는 750달러 정도일 것으로 관측했다.
주요 광산 업체들의 리튬 감산 지연도 리튬 시세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전 세계 주요 광산 업체들이 감소한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리튬 생산량을 줄이지 않아 리튬 공급이 과잉된다는 것이다.
BoA는 "리튬 생산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활동을 줄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시장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려면 전기차 보급률이 현재보다 10%포인트(p) 높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가격은 판매 당시 리튬 등 광물 가격과 연동되는데, 양극재 생산 기업이 광물을 매입하는 시점이 통상 2~3개월 전인 점을 감안하면 리튬 가격 하락세는 양극재 업체에 역(逆) 래깅 효과라는 부정적 여파를 미친다. 비싸게 산 리튬으로 만든 양극재를 싸게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및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축소·폐지 가능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라인 축소 등으로 새해도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까지 감안하면 양극재 업체들의 실적 회복 기대감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불확실성으로 국내 이차 전지 업종의 주가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양극재 업종은 새해에도 디레이팅(주가수익 비율이 낮아짐)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극재 업체들이 불황에 맞서 그간 추진해 온 수직계열화,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의 수익 개선 활동들이 새해부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포스코퓨처엠(003670)은 포스코홀딩스(005490)와 호주 광산 업체 필바라미네랄스의 합작사인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으로부터 양극재용 수산화리튬 2만 톤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LG화학(051910)은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외에 일본 도요타·파나소닉 합작법인에 양극재 공급을 추진하는 등 고객사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과 관련해 "석유화학 불황 장기화에도 양극재 생산능력 확장과 다변화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새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진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에 대해 "포스코그룹으로부터 직접 리튬을 조달받기 시작하면서 북미 사업이 탄력을 받을 예정"이라며 "새해 양극재 사업 환경이 올해보단 나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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