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명사고가 대형 참사…'LCC 1위' 제주항공 최대 위기

무안공항서 대형 사고, 181명 탑승객 대부분 사망 추정
2005년 설립 제주항공, 국내 LCC 개척자…참사 후폭풍 상당할 것

29일 전남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면서 공항 외벽에 충돌, 폭발하면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서구 제주항공 서울지사 모습. 2024.12.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전남 무안국제항공 여객기 사고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089590)이 2005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창사 이후 첫 인명사고가 100명 이상 사망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면서 향후 사고 수습 과정에서 후폭풍이 상당할 전망이다.

29일 항공업계와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쯤 전남 무안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은 착륙 중 활주로 외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탑승객 12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소방당국은 구조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55명의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여객기는 B737-800(HL8088)으로 이날 새벽 방콕에서 출발해 오전 8시30분쯤 무안공항 도착 예정이었다.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추정되는 고장으로 랜딩기어가 미작동하면서 활주로에 동체 착륙했고, 속도가 줄지 않은 채 공항 외벽에 충돌하며 크게 폭발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현재 관계당국이 파악 중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현재 사고 원인을 가늠하기 어렵고 정부기관의 공식적인 조사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며 "사고 원인을 불문하고 최고경영자(CEO)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을 달리한 탑승객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29일 오전 9시 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해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방콕발 제주항공 2216편으로,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하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여객기에 탑승한 181명 중 구조자 2명을 제외한 인원이 모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총력을 다해 수습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24.12.2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이날 참사는 제주항공의 첫 인명사고다. 제주항공은 2005년 애경그룹(150억 원·75%)과 제주특별자치도(50억 원·25%)가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출범 이후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인명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항공은 국내 LCC 업계 맏형으로 불린다. 국내 LCC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주항공의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88년 이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대 국적 대형항공사(FSC) 체제로 유지된 항공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사업 초기 적자를 기록하며 우려가 컸다.

애경그룹은 설립 이후 2010년까지 유상증자만 8회 실시하며 제주항공에 1100억 원을 수혈하기도 했다. 2010년 이후 해외여행 활성화 등으로 LCC 시장에 꽃이 피며 제주항공도 2011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15년 11월 LCC 최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2018년에는 LCC 업계 첫 매출 1조 원 돌파를 기록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와 운영으로 위기를 이겨냈다. 올해는 상반기 매출만 1조 원에 가까운 9671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과 승객 수(1230만 명), 보유 항공기(42대) 등 모두 LCC 업계 1위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 마련된 임시 프레스센터에서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사고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에 둘러싸여 퇴장 하고 있다. 2024.12.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날 참사로 제주항공 후폭풍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1997년 괌에서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추락(225명 사망) 이후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관계기관의 사고 수습 전후로 제주항공에 대한 특별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으로 각 사 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통합 과정에서 이뤄질 업계 재편 과정에서 운신의 폭 역시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고, 지금은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이 최우선"이라며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고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