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14차 한류 NOW 정기세미나' 성료

'세계 7위 콘텐츠 강국, 10위 경제 대국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주제

사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공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최, 주관한 '제14차 한류 NOW 정기 세미나'가 12월 18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한류 레시피: 현재를 만들고 내일을 빚다'라는 주제로 진행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류 데이터, 콘텐츠, 수용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2024년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한류 과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제1부 'OTT와 한류 빅데이터: 글로벌 한류 데이터는 어떻게 발굴하는가?'에서는 조영신 SK브로드밴드 경영전략그룹장이 좌장을 맡았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김기주 한국리서치 상무는 모두가 한류 데이터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거대 글로벌 OTT 플랫폼만이 데이터를 확보한 '데이터 불균형'이 현실이라면서 한류 콘텐츠 소비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국은 10위 경제 강국이며 콘텐츠는 그보다 앞선 세계 7위에 올라 신규 콘텐츠만이 아닌 구작 소비까지 일어나는 상황이지만 데이터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골자다. 김 상무는 세계 각국에서 로컬 플랫폼이 힘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영상만이 아니라 음악, 스포츠, 웹툰, 웹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가 하나의 미디어 유니버스에 진입해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면서 수백 개에 달하는 국가별 맞춤형 전략 수립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정부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아르스프락시아 김한밀 이사는 앞선 발표와는 다른 관점에서 기존의 수치 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는 한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드라마, 케이팝, 영화 분야 키워드 의미망 분석을 토대로, 한국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현지의 문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인문학적 빅데이터 분석'과 AI 기술 활용이 한류를 조망하는 요긴한 분석 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토론에 나선 강혜원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한류에 대한 이해가 향유자의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동상이몽'에 대해 언급하며, 한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재점검하고,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 사회문화적인 맥락을 동시에 고려해 데이터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영호 한터글로벌 대표는 자사에서 중국 모 기업을 통해 데이터를 직접 제공받고 있지만, 해외 기업의 데이터를 100%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했다. 케이팝의 경우 300팀의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해 1,700개의 음반이 등장하고 있고, 과거 제이팝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확산했을 때 일본의 대표 음식인 스시가 글로벌화됐지만, 이제 불과 6~7년밖에 안 된 케이팝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의 경우 좀 더 세분된 타깃 데이터가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외 한류 수용과 진단 그리고 영화 파묘'라는 주제로 열린 2부에서는 장민지 경남대 교수가 진행을 맡아 세 편의 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진흥원의 이현지 선임연구원이 28개국 2만 6400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2024 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 결과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경험이 늘었으며, OTT의 영향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한국의 정치 사회적 이슈와 연동돼 있다는 결과는 특정국의 문화 콘텐츠 수용이 그 나라의 종합적인 상황과 불가분의 관계임을 확인시켜 줬다. 이어 진흥원 조사연구팀 김아영 팀장은 인도네시아 한류 수용 연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드라마는 2000년대 중반 '꽃보다 남자'에서 시작된 로멘틱 코미디의 강세, 케이팝은 슈퍼주니어를 필두로 한 SM엔터 소속 아티스트의 여전한 인기가 확인됐으며, '런닝맨'과 같은 장수 예능이 여전히 주목받고 있었다. 영화는 샤머니즘, 오컬트 장르의 현지 선호도에 걸맞게 '파묘'가 다수 언급됐다고 밝혔다.

2부 세 번째 발표자로는 영화 '파묘'의 제작자인 김영민 PD가 나섰다. 김 피디는 발표 서두에서 파묘의 기획과 제작 과정에서 "단 한 번도 한류를 생각하고 만든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보다는 관객의 몰입 유도를 위한 시각적·서사적인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고 초자연적 소재, 독특한 연출에 동남아시아 관객이 호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2024년 대표 예능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랩 교수가 좌장을 맡은 제3부의 키워드는 글로벌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였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흑백요리사 출연자 조은주 터치더스카이 총괄 셰프는 여성 요리사로서 수석 셰프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방송 참여 경험을 밝히면서, 요리가 한국의 정서와 매력을 담는 매개체로 완성됨에 대한 감동을 소개했다.

흑백요리사 제작을 맡은 김은지 스튜디오 슬램 PD는 해당 프로그램의 기획, 제작 과정에서 글로벌 시청자를 부가적인 요소일 뿐, 주요 타깃으로 설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 고유의 식재료와 한식을 우선순위에 두고 흑백이라는 위험한 계급 네이밍을 내세워 국내 프로그램과의 경쟁을 염두에 뒀던, ‘덜 글로벌적인 콘텐츠의 예상치 못한 글로벌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한국 시청자들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글로벌 성공에서도 핵심 요인임이 확인됐다.

토론에 참여한 강보라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흑백요리사의 성공 요인을 '디지털 세계 속 한국적 특성의 부각'으로 설명했다. 탈서구적인 문화적 요소가 경연 형식의 핵심인 캐릭터 스토리텔링, 예컨대 '이모카세가 구워주는 김'을 통해 제시된 점, 나아가 숏폼 등의 다양한 파생 텍스트를 활용한 점이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사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제공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박창식 원장은 "한류 콘텐츠의 제작과 수용, 데이터의 활용 측면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매우 실질적인 내용을 선보였다"며 "앞으로도 부처와 협력해 더욱 실효성 있는 한류 정책을 만드는 데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