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안건 뭐길래…MBK "최윤범 꼼수"·고려아연 "소수주주 보호"

내달 23일 임시주총에 '집중투표제'·'이사 19명 제한' 등 안건 상정
MBK "경영권 방어에 제도 악용"…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속내 드러내"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MBK파트너스·영풍이 '집중투표제'와 '이사회 정원 제한'을 놓고 또다시 맞붙었다. MBK는 고려아연이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집중투표제를 상정한 것을 두고 "최윤범 회장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는데, 고려아연은 "소수주주 권리 보장을 하지 말란 것이냐"며 받아쳤다.

고려아연(010130)은 24일 입장 자료를 통해 "MBK·영풍 측이 또다시 비방전에 열중하고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의 거버넌스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속내는 오로지 고려아연을 통째로 넘겨받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전날(23일) 이사회를 열어 다음달 23일 열리는 임시주총 안건으로 이사회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과 집중투표제 도입 등의 안건을 확정했다.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소액주주 보호 규정 신설 △분기 배당 도입 △발행주식의 액면분할 등도 포함됐다.

논란이 된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1주당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을 각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예컨대 10명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식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이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 1명에게 몰아줄 수 있다.

최대주주보다는 소수주주에 유리한 제도인 만큼, 도입시 MBK 연합이 의결권 기준 과반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이사회 과반을 장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최 회장 측이 전략적으로 의결권을 특정 이사에게 몰아주는 전략으로 견제할 수 있어서다.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와 함께 이사회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정관 변경의 안도 상정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3명으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제외한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다. MBK 연합은 신임 이사 14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켜 이사회 과반을 장악한다는 계획인데, 이사 수 제한 안건이 통과되면 MBK 연합의 계획이 틀어진다.

이에 MBK는 "(최 회장 측이) 겉으로는 주주 보호를 운운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본인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제도를 남용하는 것과 동일한 행태"라며 "소수주주 보호방안을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용으로 악용하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MBK는 최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유미개발(최씨 일가 지분율 88%)이 집중투표제를 제안한 것에 대해선 법조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미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는 데다, 최소 주총일 6주 전에 청구해야 한다는 조항도 어겼다는 이유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은 스스로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 보호 방안'이라고 규정하면서, 자신들의 유불리에 맞춰 소수주주 보호장치를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도입하면 안 된다는 모순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맞섰다.

고려아연은 MBK 연합이 이사회 이사수 19명 제한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러 자문사가 적극 권고하는 사항(20명 미만)"이라며 "MBK·영풍이 제안한 대로 14명의 이사가 무더기로 선임될 경우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비대하고 비효율적인 이사회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윤범 회장은 "MBK·영풍의 집중투표제 비난은 주총에서 이사회를 장악하는 데 장애라는 판단에 기인하는 듯하나, MBK·영풍도 이번 임시주총을 계기로 함께 회사의 미래 성장과 발전을 고민하는 파트너로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