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7개 계열사 대표 교체…실적 등 다중위기에 장인화 강수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23일 양대 주력사업을 이끄는 포스코와 포스코퓨처엠 수장을 동시 교체했다. 그룹의 핵심 축인 철강과 이차전재소재 실적이 나란히 하락한 데 이어, 안전사고와 노조 파업 위기까지 잇따르자 '경질성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은 이날 산하 7개 계열사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내용의 '2025년 정기 조직개편 및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대표이사가 교체된 계열사는 포스코·포스코퓨처엠·포스코이앤씨·포스코DX·포스코휴먼스·포스코HY클린메탈·포스코IH이다.

재계는 장인화 회장이 임원 인사를 통해 '신상필벌'과 '조직 슬림화' 두 가지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해석한다. 먼저 그룹의 핵심 축인 철강(포스코)과 이차전지소재(포스코퓨처엠) 대표를 교체하고, 전체 임원 규모와 승진 규모를 각각 전년 대비 15%, 30%씩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포스코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이희근 설비강건화TF팀장(부사장)이 승진 발탁됐다. 이희근 사장 내정자는 포항제철소 선강담당 부소장, 안전환경본부장, 포스코엠텍 사장을 역임한 선강 전문가로, 특히 '비수익사업 구조조정' 임무를 받았다. 포스코퓨처엠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엄기천 에너지소재사업부장(부사장)이 영전했다.

올 3분기 기준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438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9.8% 줄었다. 같은 기간 이차전지 소재 부문인 포스코퓨처엠의 영업이익은 14억 원으로 96.3% 급전직하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의 유입과 국내 건설 경기 악화, 전기료 인상,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등 외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장 회장이 '물갈이' 수준의 파격 인선을 단행한 건 최근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의 연이은 화재 사고가 실마리가 됐다는 후문이다. 당초 업계에선 리더십 교체보단 조직 안정에 인사 기조의 방점이 찍힐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지만, 조직 기강이 흔들리면서 '쇄신론'이 힘을 받았다는 것이다.

장 회장은 지난달 화재 사고 직후 주요 임원과 직책자들에게 보낸 사내 메일을 통해 "근무 기강이 느슨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올해 중대재해로 이어진 안전사고도 사업회사에서 다수 발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원진 축소 및 세대교체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로 포스코그룹 임원 규모가 15%가 축소되고, 1963년생(61세) 이전 임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승진자 총원도 62명으로 전년(92명)보다 33% 가까이 줄었다.

장 회장이 임기 2년 차에 맞춰 경영진을 '장인화의 사람들'로 재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 경영진은 지난 2월 회장 후보자였던 장 회장이 인사 검토 과정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최정우 당시 회장 체제의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에서다. 이번 인사가 온전한 '장인화표 1호 인사'인 셈이다.

최정우 전 회장의 사람으로 평가받았던 이시우 포스코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물러난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사장으로 승진, '최정우 라인'인 김학동 전 부회장과 함께 포스코를 이끌었다. 이번 인사에서 이시우 사장의 거취가 핵심 포인트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장 회장은 취임 후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 조직을 축소 재편하고, 저수익·비핵심 자산 125개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그룹 체질 변화에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었다"며 "연말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도 같은 기조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