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 고위직 영입하고 현지 조선소 인수…한화, 美방산 뚫는다

트럼프 2기 출범 앞두고…방산 총괄에 '국방부·공화당' 맞춤형 인사
국내 첫 美필리조선소 인수 완료…미 의회 '상선 확대법'도 호재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의 상업용 세계 최대 공동수조를 방문해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한화그룹 제공)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한화그룹이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북미 조선·방산 시장 공략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 국방부 차관보 출신이자 공화당 인맥이 두터운 인사를 영입하고,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소 인수를 마무리지어 시장 교두보를 마련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16일 마이클 쿨터 전 미 국방부 차관보 대행을 해외 방위 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쿨터 대표 내정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시스템(272210)·한화오션(042660) 등 한화그룹의 글로벌 방산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쿨터 내정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재임기(2001~2009년)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부차관보, 국방부 차관보 대행 및 국제안보 담당 수석 부차관보 등을 역임했다. 해군 소속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합동참모본부 등에서도 근무한 이력이 있다.

재계는 한화그룹이 트럼프 2기 맞춤형 인사로 쿨터 내정자를 발탁했다고 본다. 국방부는 물론 미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과 인연이 깊은 인사인 만큼, 향후 북미 방산·조선 사업 확대를 위한 미 행정부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맡기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미국 정·재계 인맥이 넓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직을 맡은 점도 같은 맥락이다. 김 회장은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장을 받을 만큼 트럼프 측과 각별하다.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책사'로 불리는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회장과도 40년 지기 사이다.

한화그룹의 해외 방산사업 총괄 대표이사로 내정된 마이클 쿨터 전(前) 레오나르도 DRS' 글로벌 법인 사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2024.12.16.

한화그룹이 추진해 온 필리조선소 인수도 트럼프 2기 출범을 목전에 두고 마무리됐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지난 19일 필라델피아 소재 필리조선소 지분 100%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신임 대표이사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데이비드 김 한화디펜스USA 전 부사장을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는 미국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고 맥킨지앤드컴퍼니 등을 거쳐 한화에 합류, 한화에너지USA홀딩스의 CFO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한 '전략·재무통'이다. 필리조선소 인수전의 키맨(key-man)으로 활약하며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를 북미 조선 및 방산 시장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일 한국과의 '조선·방산 협력'을 요청한 만큼, 상선부터 함정 보수·수리·정비(MRO), 나아가 미 함정 직접 건조까지 전방위적인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한화오션은 이미 올해 하반기에만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두 건을 수주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 의회가 19일(현지시간) 미국 내 선박 건조를 장려하고, 조선업 기반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을 초당적으로 발의한 점도 호재다.

법안은 중국 선박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현재 80척에 불과한 미국 선적 선박을 10년 내 250척까지 늘려 '전략상선단'을 운영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인 K-조선업과의 협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미국 필리 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제공) 2024.8.27/뉴스1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