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린 환율' 재계 직격…항공·철강·정유업계 속탄다
외화부채 많은 항공업 '시름'…'원자재 수입' 철강·정유 근심
'수혜' 반도체·자동차도 고환율 장기화시 타격…조선업은 그나마 수혜
- 김재현 기자, 최동현 기자, 박종홍 기자,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최동현 박종홍 금준혁 기자 = 재계가 '고환율 리스크'에 시름하고 있다. 연이은 대내외 겹악재로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1450원대로 올라서면서다.
당장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큰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높은 환율(원화가치 하락)은 수출주도형 기업들에는 긍정적인 것이 일반적이지만,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대부분의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50원에 출발했다. 전날(1453원)에 이어 이틀 연속 1450원대다.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5년 9개월 만의 1450원 돌파다.
고환율 현상은 대내외 악재로 비롯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임박에 따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 금리인하 속도 조절까지 예고하며 기름을 부었다.
환율 변동에 민감한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특히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업계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류비나 항공기 리스(대여)비를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영업비용 중 유류비 비중이 3분기 기준 각각 30%를 웃돌며 가장 높았다. 대한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330억 원의 외화평가 손실이 발생한다고 본다. 아시아나항공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세전순이익만 3645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환율 상황이 이어질 경우 열심히 장사하고도 돈을 잃는 격"이라고 말했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도 좌불안석이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가격은 상승하기 때문이다.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원료를 100% 수입하는 정유업계가 대표적이다. 달러로 주고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사들이고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통해 들여오기 때문에 고환율 땐 환차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다만 달러를 받고 제품을 되팔기 때문에 수출 시 일부 상쇄는 가능하다.
철강업계도 비슷하다. 철강재 생산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 등을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고환율이 부담이다. 철강업계도 수출로 일부 수익성을 회복할 순 있지만 최근 철강 수요 위축으로 원자잿값 상승분 반영이 어렵기 때문에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표 수출 산업인 반도체 업계는 그나마 낫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덩달아 제품 가격도 오르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화하면 웨이퍼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에 설비 투자 비용도 오를 수 있다.
자동차 업계도 고환율 덕을 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국내 자동차업계 매출이 약 4000억 원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다만 원자재 비용 등으로 일부 상쇄될 수 있다.
조선업계도 수혜업종으로 분류된다. 원자재도 대부분 국산화가 돼 있어 고환율에 따른 타격이 적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다만 최근 조선사들이 선박 계약 시 환헤지 방식을 적용해 수익성이 급증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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