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가격 내년에도 100달러 아래"…K-철강 우울한 연말
ING·골드만 등 전망…"중국 수요↓, 호주·브라질 공급↑"
실적개선 난망에 고객사와 협상력도 열위…허리띠 졸라매기로 대응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국제 철광석 가격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00달러 아래로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고환율에 신음해 온 국내 철강업계에 드리운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는 2025년 1분기 국제 철광석 시세가 톤당 100달러 정도에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전체 시세는 이보다 낮은 95달러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ING는 "철강 수요 감소와 철광석 재고 증가 영향으로 내년에도 철광석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며 "공급과 수요의 균형은 주로 중국의 철강 수요 전망에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중국의 약한 수요와 브라질의 강력한 공급으로 철광석 재고가 급격히 증가했고 내년에도 호주의 공급과 함께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도 철광석 시세가 톤당 95달러에 머무를 것이라 봤다.
올해에도 낮았던 철광석 시세가 내년에 회복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철광석 가격은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올해 8월 100달러 선을 깼고 9월 20일 기준 91.18달러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이달 13일 기준 106.36달러로 다소 반등했지만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는 세계 최대 철강 소비국인 중국의 부동산·건설 경기 침체 때문이다. 여기에 브라질과 호주의 주요 광산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생산량을 유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이 하반기 들어 연이어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면서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으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ING는 "중국의 최근 경기부양책은 신규 착공을 늘리기보다 부동산 재고를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철강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에서 내년도 자국의 철강 수요가 올해 대비 1~2% 감소할 것이란 시각이 대부분"이라며 "중국 정부의 일련의 경기부양책에도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실적 회복이 절실한 국내 업계로선 좋지 않은 상황이다. 철광석 가격이 낮아지면 조선업계 등 고객사들의 제품 가격 인하 요구가 더 거세질 수 있다. 이미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경쟁력이 약화한 국내 철강업계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실제로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올해 상반기 협상에서 후판 가격을 직전 대비 소폭 인하하는 수준으로 합의했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강판으로 선박 제조에 사용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혹독한 시기를 재무건전성 강화로 버티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들어 1제강공장에 이어 1선재공장을 폐쇄하며 저가재 공급을 축소하는 방향으로의 생산 공정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이달 각 사업본부에 있던 구매조직을 통합해 구매본부를 신설, 구매 효율성을 키워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취지의 개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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