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수상해" 속보이는 AI 승강기…규제 피해 세상에 나온다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수상한 사람이 10분째 내리지 않고 있다. 입주민들이 수차례 타고 내릴 동안 흘끗흘끗 사람들을 훔쳐볼 뿐이다. 엘리베이터 내부 동작을 모니터링하던 인공지능(AI) 시스템이 방재실에 즉각 경고 알림을 보냈고, 1층 엘리베이터 앞 모니터에는 모자이크 처리된 승강기 내부 영상과 함께 '승강기 내 수상거동자가 있다'는 문구가 떴다.

공동주택 승강기 내 영상을 외부 모니터와 방재실에 송출해 혹시 모를 범죄와 안전사고를 막는 '승강기 범죄예방 AI 모니터링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가상 사례다. ㈜유니원이 개발한 이 기술은 규제샌드박스 심의를 통과해 실증을 시작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를 비롯해 전기차 충전로봇 활용 기계식 주차시스템 등 78건의 실증특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접수한 과제 31건이 승인 대상에 포함됐다.

㈜유니원이 신청한 '승강기 범죄예방 AI 모니터링 시스템'은 1층 승강기 외부에 승강기 내부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영상을 전송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탑승자의 얼굴은 AI 기술로 자동 모자이크 처리된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으로는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아닌 일반인에 CCTV 촬영자료를 열람·제공하려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주민들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아파트 복도 모니터에 승강기 내부를 찍은 CCTV 화면을 띄울 수 없는 것이다.

심의위는 AI 기술에 대한 신뢰성, 승강기 범죄·사고 예방 가능성 및 대응 용이성 정도 등에 대한 검증을 위해 입주민 동의, 영상 보안관리 방안 마련·시행 등을 조건으로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유니원은 울산과 경남 소재 공동주택에서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삼중테크㈜와 ㈜로엔에프가 신청한 '전기차 충전로봇을 활용한 기계식 주차시스템'도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승인받았다.

기계식 주차장 앞 터치패널에 차량 정보를 입력하고 전용 팔레트 위에 차를 올려 입고시키면 내부 충전로봇이 차량 충전구에 케이블을 자동으로 연결한다. 이후 리프트가 차량을 내부 충전장소로 이동시키고, 완충 후에는 일반 주차면으로 옮긴다. 운전자가 원할 땐 언제든 출고된다.

현행 주차장법에는 기계식 주차장치에 적용되는 전기차 충전기, 로봇 등에 대한 안전기준이 없으며 대부분의 전기차는 중량 제한으로 기계식 주차장 진입이 불가능하다. 또한 기계식 주차장의 구조상 전기차 충전을 위해 충전케이블 연장이 필요하지만 현행 법령은 연장을 제한하고 있다.

심의위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충전 편의성 증진 등이 기대되는 만큼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다만 충전케이블 등 부품 안전성을 시험·검증하고 주차장 면적 및 하중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설치하는 등 부가조건을 제시했다. 대구 수성구의 한 빌딩에서 첫 실증을 시작한다.

심의위는 이 밖에도 암모니아를 열분해해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청정 암모니아 열분해 수소추출설비'(E1 컨소시엄), 개인소유 유휴 캠핑카를 플랫폼을 통해 중개하는 '캠핑카 차량공유 중개 플랫폼'(앨리스캠핑카 등 3개사) 등을 실증특례로 승인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