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어 중동도 '증설'…숨못쉬는 석화업계 "정부 지원 절실"
2028년까지 공급과잉 전망…국내 업계 기초소재 경쟁력 악화 우려
사업 구조조정과 스페셜티 전환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성 커져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석유화학의 공급과잉 사태가 2028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소비 예상치를 넘어서는 중국과 중동 등 글로벌 증설 폭탄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익성 하락 장기화가 예상되면서 우리 기업의 빠른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8년 글로벌 에틸렌 연간 생산능력 예상치는 2억 6900만 톤이다. 수요는 2억 1000만 톤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에틸렌 연산은 올해 2억 3100만 톤에서 △2025년 2억 3700만 톤 △2026년 2조 4200만 톤 △2027년 2조 5800만 톤으로 해마다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수요는 생산능력을 한참 밑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증설 물량이 압도적이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 자급률을 끌어올렸다. 지난 2020년 에틸렌 연산 3218만 톤에서 내년엔 6007만 톤으로 늘어난다. 2027년 추정 연산은 7225만 톤이다.
문제는 중국의 증설 속도 대비 소비가 부진하다는 점이다. 2025년 소비 물량은 5012만 톤에 그쳐 약 1000만 톤이 공급 과잉이다. 소비 부진 여파로 현지 공장 가동률이 70∼80%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수급 불균형을 키우는 잠재적인 불안 요소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증설은 우리 기업에 악재로 작용한다. 중국은 정부 보조금과 규모의 경제로 가격 경쟁력에서 한국보다 우위다. 최근 공급과잉 사태는 시장 가격을 추가로 억누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적자에 허덕이는 원인이다. 여천NCC의 경우 지난해 2387억 원 적자에 이어 올해 3분기까지 1055억 원의 손실을 봤다.
산유국인 중동의 매서운 증설도 우리 기업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중동은 친환경 차량이 내연기관을 빠르게 대체하자 새로운 돌파구로 석유화학을 택했다. 값싼 원유의 이점을 살린다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현재 중동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의 예상 에틸렌 생산량은 1123만 톤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에틸렌 연산(1280만 톤)과 비슷하다.
중동 내 석유화학 공장은 꿈의 기술로 불리는 COTC(Crude Oil to Chemicals) 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 공법은 원유를 정제해 나프타를 얻고 이를 다시 분해해 에틸렌을 얻는 구조다. COTC는 원유에서 바로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그만큼 생산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국내 업계도 사업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몇몇 기업은 기초소재 공장 가동 중단과 조 단위 매물인 NCC(나프타분해시설) 매각을 추진 중이다. 더 이상 기초소재에서 수익성을 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의 지원책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지난 4월 '석화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협의체'를 출범하고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업들은 사업 구조조정에서 금융 지원과 인센티브 필요성을 정부에 전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누적 적자에 따른 재무 악화로 사업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졌다"며 "단기적인 예산 지원뿐 아니라 중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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