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제3국 우회' AI 칩 수입 막는다…中 규제 빈틈 메우기

중동·동남아 등 제3국 통한 中 AI 칩 기술 유입 차단 추진
트럼프 2기, 더 강력한 대중 규제 강화 전망…韓기업 촉각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미국이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유입되지 않도록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 AI 칩 판매를 제한하는 규제를 이달 중 발표할 전망이다.

1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이르면 이달 내 대형 컴퓨팅 시설이 있는 국가에 AI 반도체의 출하 한도를 설정하는 새 규제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함께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중국 수출 제한 등을 포함해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새 규제 조치 적용 대상 국가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동 등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들 국가는 중국이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를 피해 AI 칩을 구매하는 뒷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미국은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거나 화웨이 등 중국의 특정 기업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등 조처를 했다. 하지만만 중국이 제3국을 통해 반도체 및 장비를 들여오는 것까지 막기는 어려웠다.

특히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를 중국 측에 판매하는 밀거래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에서도 아랍에미리트(UAE) 'G42' 등 회사가 중국 측에 AI 반도체 관련 기술을 제공한다는 의심을 받는다.

G42는 지난 4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사용해 UAE의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G42가 감시·군사 프로젝트와 관련해 중국 기업과 연결돼 있다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가 제기됐지만, 미국 정부는 MS가 운영하는 UAE 내 시설로 첨단 AI 칩을 수출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미국의 새로운 반도체 수출 규제가 발표되면 제3국을 통한 중국의 AI 반도체 수입도 일부 막힐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의 지속적인 견제에도 반도체 재고를 늘리는 등 반도체 굴기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으로 수입된 반도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미국 마이크론을 위협하는 세계 4위 업체로 성장했다. 파운드리에서도 SMIC는 삼성전자에 이어 시장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중국에 대해 더 강력한 수출 제한이나 관세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편 관세 인상을 공약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미국으로 오는 멕시코와 캐나다의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서류에 서명하겠다"며 "모든 중국 상품에 대해서도 1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HBM을 비롯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 국내 업체들의 타격도 우려된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로, 올해 11월까지 누적 메모리 수출금액은 237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6.2% 증가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