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AI발 반도체 훈풍 부는데…'정치 불확실성' 발목 우려
IDC "HBM 확대…내년 세계 반도체 15%·메모리 24% 성장"
비상계엄 이은 탄핵정국…반도체 입법 지원 및 정상외교 '멈춤'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내년에도 인공지능(AI)과 고성능컴퓨팅(HPC) 수요에 힘입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15%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I 반도체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는 희소식이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혼란한 정치 상황에서 입법 지원 미비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협상력 약화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 IDC는 AI와 HPC가 첨단 반도체, 2나노미터 공정, 패키징 분야의 성장을 주도해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IDC는 "AI가 하이엔드 로직 프로세스 칩에 대한 수요를 지속 견인하고 고가의 HBM 보급률을 높이면서 전체 반도체 시장은 내년에 두 자릿수 성장을 이룰 것"이라며 "설계, 제조, 테스트, 고급 패키징에 이르는 반도체 공급망은 상류·하류 산업 간 협력 아래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HBM 최선단 제품의 보급 증가로 2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 9월 5세대(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각각 HBM3E 16단, 6세대 HBM(HBM4)을 공급할 전망이다.
고성능 D램을 여러 층 쌓아 올려 데이터 전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킨 HBM은 제조 난이도가 높은 만큼 일반 D램보다 비싸지만,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의 수요가 폭발적이다. SK하이닉스보다 HBM 개발이 뒤진 삼성전자는 내년 HBM4 양산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IDC는 내년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도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기업이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을 이용한 제품 양산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성공했으나 낮은 수율 문제로 TSMC에 주도권을 내줬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최근 "2나노 공정 수율의 개선과 성숙공정 고객사 확보를 통해 내년에 가시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렇듯 내년에 반도체 산업 재편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 변수가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반쪽짜리로 통과됐다.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시설 투자비의 15~25%, R&D(연구·개발) 비용 30~50% 세액공제는 올해 말로 예정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했으나, 여야가 합의했던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율 및 R&D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등 새로운 세제 혜택은 포함되지 못했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 근거 마련, R&D 분야의 주 52시간 적용 제외 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산업 발전지원 특별법안'(반도체 특별법)은 소관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관세 인상 등 통상 현안과 관련해 활발한 정상외교가 요구되지만, 내년 1월20일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후에도 정상회담은 가까운 시일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최장 180일간 심리하고, 탄핵 인용을 결정할 경우 60일 내 대선을 치르게 된다. 혹여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에는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시급히 해소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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