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아무리 팔아도 소용없다"…현대제철 '원가절감' 사활
원가율 90% 이상 치솟자 각 사업본부 구매조직 통합한 '구매본부' 신설
호주 광산업체 출신 박태현 전무 영입…구매 효율성·전문성 확보 시도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현대제철(004020)이 원가 절감을 위해 '구매본부'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전반적인 업황 부진과 맞물려 90% 이상으로 치솟은 원가율을 낮춰 실적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다. 당분간 철강 시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경영 전략은 원가 절감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이달 현대제철은 각 사업본부에 있던 구매조직을 통합한 구매본부를 신설했다.
구매본부는 필수 원자재인 철광석과 원료탄을 포함해 사업에 필요한 설비를 구매하는 업무를 맡는다. 과거보다 구매 효율성을 키워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조직개편이다.
현대제철은 구매본부장으로 호주 광산업체 BHP의 한국지사장 출신인 박태현 전무를 영입했다. BHP는 현대제철과 장기계약을 맺고 철광석·유연탄 등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박 전무는 2005년에서 2008년까지 현대제철 원료기획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앞으로 BHP 한국지사 근무 경험을 살려 현대제철의 필수 원재료 협상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제철 원가율은 해마다 치솟고 있다. 절대적인 원가 증가뿐 아니라 전방산업 부진에 중국산 저가 공세까지 더해지자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결과다. 연도별 원가율은 △2021년 84.6% △2022년 89.6% △2023년 91.7% △2024년(3분기 누적) 93.6%로 증가했다.
원가율 증가는 업황 부진 장기화 시기에 수익성 하락을 키웠다. 지난 2021년 2조 4475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7983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 3분기 누적 실적은 2053억 원이다.
철강업계에선 단기간 시황 회복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값싼 중국산 유입과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서다. 전방 산업인 건설 경기 침체도 여전하다. 현대제철이 몸집을 불리기보단 실적 하락 폭 최소화에 중점을 두는 경영 전략을 펼치는 배경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내부에서도 현대제철 재무 건전성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구원투수로 등판한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는 그룹 내에서 전략·재무통으로 불린다. 전임 안동일 대표가 포항제철소장을 지낸 것과 정반대 이력이다.
서 대표는 취임 이후 재무 건전성 측면에선 성과를 내놨다. 현대제철의 3분기 부채비율은 75.8%로 지난해 말(80.6%) 대비 4.8%p 개선됐다. 올해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 임원 인사 대상에서 제외된 결정적인 이유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내년 시황은 미미한 중국 부양책 효과와 트럼프 리스크로 빠른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노후화한 시설 폐쇄와 공정 효율화 작업을 병행해 원가 절감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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