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에 K2전차 수출 불똥…연내 폴란드 2차 계약 불투명
계약 규모·기술 이전 등 정리 안돼…2차 실행계약 해 넘길 듯
수출 지원 윤대통령 탄핵 위기·국방부장관 공석…K-방산 위기감 고조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당초 연내 체결될 것으로 보였던 K2 전차의 폴란드 2차 수출 실행계약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계약 규모, 기술 이전 등 복잡한 협상 내용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2차 계약인 만큼 협상 지연에도 계약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 역할이 중요한 방위산업 특징을 고려할 때, 최근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추진 등으로 인한 정국 혼란이 계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064350)의 K2 전차 폴란드 수출 2차 실행계약의 연내 체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업계에서는 늦어도 올해 안에는 계약이 체결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계약 지연 배경에는 복잡한 협상 내용이 있다. 이번 계약은 지난 2022년 K2 전차 1000대를 수출하기로 한 기본 계약의 후속 조치다. 이후 폴란드와 현대로템은 K2 전차 180대를 수출하는 4조 5000억 원 규모의 1차 실행계약을 맺었다. 현대로템은 1차 실행계약분에 대한 납품을 시작했으며, 내년에 납품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2차 실행계약은 남은 820대를 대상으로 한다. 계약 규모는 1차 실행 계약보다 큰 9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문제는 한국에서 생산해 폴란드에 인도한 1차 계약분과는 다르게 K2 전차 기술 이전과 폴란드 현지 생산 등 협의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해 협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12월 휴가철을 맞은 폴란드 현지 상황도 협상 지연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규모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부 사항을 두고 합의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폴란드 현지에서 급할 게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계약이 2차 실행계약인 만큼 계약 자체는 문제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앞서 납품된 K2 전차에 대한 폴란드 현지의 만족도가 높으며, 폴란드가 대규모 무기체계 수입 계획을 수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뒤이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및 부결 등 연이은 정국 혼란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24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한-폴란드 확대정상회담에서 K2 전차 2차 실행계약의 연내 이행을 위한 양국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계약 성사에 앞장서 왔다.
기술 이전 등 현재 논의 중인 사안이 국가 안보와 직결돼 있다는 점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국방정책을 컨트롤하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 해제 직후 사직안이 재가돼 현재 장관 공석인 상황이다.
폴란드 와디스와프 코시니악 카미슈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 선언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정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무기 계약 이행에는 문제가 없다는 보증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현지에서도 한국 내 정치 상황을 모니터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국 불안정이 방산 업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수리온 헬기 시승 취소,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 및 양국 방산 기업 교류 행사 취소 등으로 피해가 현실화하는 상황이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을 시작으로 국내 정세 혼란이 가중됐다"며 "불안감에 기반한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에 집중된 현시점에 무기체계 수출 계약에 대한 기대감은 약화할 것"이라고 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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