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만 삼성 파운드리 부장 "2나노 수율 개선…내년 가시적 성과"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사장 승진…파운드리 구원투수 기용
"뒤처진 기술력 인정…단기간 못 따라잡아도 경쟁력 찾자"
-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 파운드리 사업부를 새로 이끌게 된 한진만 사장이 취임 후 첫 일성으로 "2나노 공정 수율의 개선과 성숙공정 고객사 확보를 통해 내년에 가시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디바이스설루션(DS·반도체) 사업부장(사장)은 9일 오전 사내 게시판에 게재한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최우선 과제로 "2나노 공정의 빠른 램프업(ramp-up)"을 제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램프업은 장비 설치 이후 양산에 들어가기까지 생산 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앞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2022년 6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활용해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성공했지만, 낮은 수율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3나노 공정 주도권을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대만 TSMC에 내줬다.
GAA는 트랜지스터의 게이트가 채널의 3면에서 맞닿는 핀펫보다 개선된 공정으로, 게이트가 채널 4면을 모두 감싸 전력효율성을 높였다. 3나노 공정 부진으로 파운드리 사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내년부터 양산에 돌입하는 2나노 공정 생산성을 끌어올려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한 사장은 "GAA 공정 전환을 누구보다 먼저 이뤄냈지만 사업화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함이 너무나 많다"며 "기회의 창이 닫혀 다음 노드에서 또다시 승부를 걸어야 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를 위해 공정 수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뿐만 아니라 PPA(소비전력·성능·면적) 향상을 위해 모든 노브(knob)를 샅샅이 찾아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한 사장은 "우리 사업부가 개발해 놓은 성숙 노드들의 사업화 확대를 위한 엔지니어링 활동에 힘써 달라"며 "추가 고객 확보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성숙 노드 사업은 선단 노드의 사업화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지원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했다. TSMC는 3나노, 5나노, 7나노 등 선단 공정에서 주로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28나노 이상 성숙(레거시) 공정의 매출 비중도 상당하다.
다만 성숙 공정의 경우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축적하면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업체 SMIC는 올해 3분기 매출 점유율 6.0%로 세계 파운드리 기업 매출 3위에 올라 2위 삼성 파운드리(9.3%)와 격차를 좁혔다.
한 사장은 "다른 대형 업체에 비해 뒤처지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언젠가는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단기간 메이저 파운드리 업체를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현장에서 영업과 기술을 지원하는 분들이 자신 있게 우리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 경쟁력을 찾아가자"고 당부했다.
한 사장은 "우리가 내년에 가시적인 턴어라운드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 사업부가 삼성전자의 가장 중요한 사업부로 성장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한편 그는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한 사장은 "사업부 리더들은 임직원이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이나 보고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특히 신경 써 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며 "엔지니어들이 실험과 생각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덧붙였다.
한 사장은 지난달 삼성전자 정기인사에서 DS부문 미주총괄(DSA) 부사장으로 재직하다가 파운드리 사업부 구원투수로 승진 기용됐다. 미국 주요 빅테크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대형 수주를 따낼 임무를 부여받았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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