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문화재단, '수림미술상 2024' 선정 작가 김명범 개인전 개최
- 장도민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수림문화재단은 오는 2025년 2월 28일까지 '2024년 수림미술상' 수상자인 김명범 작가의 개인전 '물질 접속사 마찰음'을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올해로 8회째인 수림미술상은 독자적인 예술성을 표출해 온 만 50세 미만의 역량 있는 작가를 선정해서 창작을 지원하는 수림문화재단의 대표적인 시상사업이다.
2024년의 수상자는 김명범 작가로,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시대적 문화 양식과 감수성을 담지한 여러 사물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조각과 설치 작업, 영상으로 표현해 왔다.
수림미술상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도전적인 규모의 설치 작업을 포함한 김명범 작가의 주요 전작과 미발표작, 신작을 한데 모아 선보인다.
김희수아트센터의 공간 특성에 따라 각자의 위치에서 충분히 작동할 수 있되 주변과 연결될 수 있는 함축적인 표현과 물성, 구성 요소가 특수한 작품들을 세심히 선별해 구성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은 물질의 조형성을 탐색해 온 작가 김명범의 지난 작업 행보를 일별하며, 현재 그의 시선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그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김명범 작가는 시대적 문화 양식과 감수성을 담지한 여러 사물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서로 결합하거나 특정 상황을 연출한 형식의 작품을 만든다.
풍선, 돌, 눈송이, 박제 사슴 등 현상과 물질에 속하는 다종의 것이 반복해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개별적으로 분리해 보면 새삼스러운 것이 없지만 작품에 쓰일 때는 한결같이 사소함이나 익숙함이 탈각된 상태다. 이렇게 그의 작업이 비미술 재료(nonart material)인 대상에 가하는 조형적 개입, 무의식을 개방하는 은유적 표현 등, 물질 간의 낯선 관계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은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을 환기한다. 그렇지만 그의 주된 관심이 물질 자체, 물질과 그와의 관계에 있다는 점은 미술 규범에 대한 도전이나, 내적 욕망, 환상을 표현한 초현실주의와 구별된다. 작가는 그의 작업을 '대상이 가진 보편적 가치, 상징성, 관념, 물성, 형상에 주체적으로 개입한 시각적 실천'이라 정리하는데, 이를 통해 물질을 보는 작가의 주관(主觀)이 중시됨을 알 수 있다.
김명범 작가는 마치 특정한 운율이나 감각을 위해 문법을 거스르며 시적 허용을 취하는 시인처럼, 혹은 무대 위 시공간이나 등장(인)물을 이리저리 소환하며 연극적 허용을 행사하는 연출가처럼 물질의 논리를 해제하는 자유를 즐기고 그것을 미술의 방법으로 삼는다.
전시작 중에는 'Merry-go-round'와 'Heavy Sound'처럼 실제 소리를 가진 작품도 있지만 그의 작품을 감각하려 할 때 들려오는 사물 고유의 소리, 기억 속에 있는 소리, 때때로 파열하는, 자연스럽지만 불길한 무음의 파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05년부터 현재까지 김명범 작가가 다뤄온 물질의 생태적 변이–사물의 변신과 원형에 대한 개입, 흐르는 시간에 대한 역학적인 기록–등을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게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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