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승진 잔치 없다" 몸집 줄인 삼성·LG…'미래' 기술통은 중용
삼성전자, 7년 만에 승진 규모 최저…LG·롯데도 칼바람
경기침체·불확실성·실적부진 여파…엔지니어 출신은 등용
-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위기론'이 불거진 삼성전자(005930)가 임원 승진 규모를 줄였다. '반도체 보릿고개'를 겪었던 지난해보다도 축소했다. LG그룹도 임원 승진자를 줄여 조직 슬림화 기조를 이어갔다.
경기 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경영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실적 부진에 따른 '신상필벌'이 불가피한 만큼 임원 승진 규모도 줄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9일 부사장 35명, 상무 92명, 마스터 10명 등 총 137명을 승진 발령하는 내용의 '2025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반도체 실적 부진에도 143명(부사장 51명, 상무 77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4명)을 승진 발탁한 지난해보다 규모가 줄었다. 특히 부사장 승진자는 전년 대비 16명 감소했다.
임원 승진 규모가 140명 아래로 줄어든 건 2017년 5월(96명) 이후 7년 만이다. 당시에는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연말 정기 임원 인사가 미뤄졌었다.
4년 연속 감소세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2021년 214명의 대규모 승진 인사를 한 후 2022년 192명, 2023년 187명, 2024년 143명 순으로 축소한 바 있다.
앞서 사장단 인사에서도 사장 승진자는 지난해에 이어 2명(한진만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김용관 DS부문 경영전략담당)에 그쳤다. 2023년도 사장단 인사에서는 7명이었다.
비교적 실적 선방 중인 LG그룹도 승진 잔치 대신 몸집을 줄이고 있다. 내년도 LG그룹 임원 승진자는 총 121명으로 지난해(139명)보다 감소했다. 2023년도 임원 인사에서는 160명이 승진 발탁됐다.
사장 승진자도 2명(현신균 LG CNS CEO, 김영락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에 불과했다. 새로 CEO(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건 홍범식 LG유플러스(032640) 사장뿐이다.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실적,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하면 승진 규모를 늘리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재계 안팎의 견해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국제 정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취지로도 풀이된다. 조직 슬림화를 통해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른 그룹도 상황은 비슷하다. 안정을 중시하는 롯데그룹도 위기를 겪자 인사 태풍이 불었다. 임원 22%를 내보내고 전체 임원 수도 13% 줄였다.
'기술통'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 인공지능(AI)과 차세대 통신·반도체, 헬스케어 등 신기술 분야 리더들을 대거 등용했다. 삼성SDI(006400)·삼성SDS(018260)·삼성디스플레이·삼성벤처투자 등 관계사 사장단 인사에서도 엔지니어 출신이 수장에 올랐다.
LG그룹도 마찬가지다. 이번 정기 인사에서는 신규 임원 21명을 포함해 그룹 R&D 임원 수가 218명까지 늘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술이 미래 사업 성패를 가른다는 점을 감안한 조처"라며 "당분간 기업 경쟁력을 책임질 엔지니어 출신은 중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jh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