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發 항공업 재편 본격화…'헤쳐모여'로 새판 열린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생존경쟁 본격화…티웨이·에어프레미아 발들인 대명소노 주목
현대글로비스, 에어인천 품을지도 관건…'빈손' LCC 1위 제주항공 안갯속
- 금준혁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기업결합으로 촉발된 항공산업 재편이 합병 최종승인에 따라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합병 당사자인 대형항공사(FSC)뿐만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합병 이후 생존을 위한 이합집산에 나서고 있다.
28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심사를 종결했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인 미국 법무부(DOJ)에도 EC의 최종 승인 내용을 보고했다. DOJ가 별도의 독과점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만큼 양사의 합병이 사실상 최종 승인된 것이다.
대한항공은 유럽 4개 노선을 티웨이항공에 이관하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에어인천에 매각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기업결합을 성사시켰다. 각국 경쟁당국의 독점 우려가 되살아난 상황에서 이를 불식시킬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양대 FSC가 독점하고 있던 장거리 노선과 화물사업이 매물로 나왔다는 점에서 항공산업 경쟁력 전반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력이 36년이 넘는 아시아나항공을 해체해 LCC들에 나눠주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도 상당했는데, 대명소노그룹과 현대글로비스가 등장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최근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항공(091810)과 에어프레미아의 지분을 확보하며 항공업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대명소노 측은 선을 긋지만 업계에서는 경영권을 모두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합병에 나서는 시나리오까지 언급된다.
이렇게 되면 유럽과 미주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하는 두 항공사를 합쳐 제2의 아시아나항공을 만드는 구상도 가능해진다. 두 항공사가 그간 발표한 중장기 계획대로 각각 대형기 A330 20대, B787 20대를 확보한다면 지금의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한 수준으로 몸집을 키울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는 에어인천도 대한항공 카고와 겨룰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화물 전용항공사가 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086280)는 1500억 원을 투자하며 에어인천의 주요 주주로 올라섰으며 향후 에어인천을 인수할 권리도 확보한 상황이다.
지난 3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정상화 과정,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수익 창출 과정, 비행기 교체 등 에어인천이 어떻게 개선되는지 판단하고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확고한 LCC 1위이자 업계 3위였던 제주항공(089590)은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올해 제주항공은 매물로 나온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인수전을 저울질하다 불참했고, 나머지 항공사의 지분인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단거리 노선에서 단일 기종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전통적 LCC의 사업모델을 고수한다는 것이지만,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로서는 제주항공이 기존의 사업모델을 지키면서도 단기간에 추가적인 운수권과 슬롯 그리고 기체를 확보할 방법은 이스타항공 인수가 유일하다. 다만 모회사인 애경그룹은 오히려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지원사격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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