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화력 집중'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전영현 체제 힘 싣기
전영현, 대표이사 맡고 메모리사업도 직접 챙겨…김용관·박학규 후방 지원
파운드리사업 영업·기술 투트랙 강화…'회전문 인사'는 한계
- 김재현 기자,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한재준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위기에 놓인 반도체 사업 정상화를 위해 인적 쇄신 칼을 빼 들었다. 수장인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에게 핵심 사업부인 메모리사업부까지 함께 맡기는 깜짝 인사를 내며 또 한 번 '구원투수'로 기용했다.
DS부문에는 경영전략담당도 신설해 '반도체 새 판 짜기'에도 돌입했다. 부침을 겪는 파운드리는 영업을 맡는 사업부장과 기술·개발 신설 보직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투트랙 체제로 전환해 TSMC와의 격차 축소를 노린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날 단행한 사장단 인사의 핵심은 'DS 부문 쇄신과 역량 집중'이다.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만큼 반드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최대 승부수로는 전 부회장 인사가 꼽힌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DS 부문 핵심사업부인 메모리사업부장과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까지 맡겼다. 특히 메모리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한 건 전 부회장에게 책임 강화와 조직 분위기 쇄신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근원적 기술 회복 특명도 내렸다는 평가다. 인공지능(AI) 핵심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뒤처진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에도 올 3분기 시장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위기 돌파를 위해 그룹 내 최고 '기술통'으로 꼽히는 전 부회장에게 구원투수 역할을 맡긴 셈이다.
DS 부문 신설 보직인 경영전략담당(사장)에 김용관 사업지원TF 부사장을 승진 발탁한 점도 눈에 띈다. 경영전략담당은 전 부회장을 직접 보좌하며 DS 부문 사업 전략을 세우고 지원하는 역할이다. DS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상징적 인사로 풀이된다.
박학규 디바이스경험(DX)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을 사업지원TF담당(사장)으로 보직 이동시킨 것도 반도체 사업 강화 인사라는 평가다. 앞서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을 맡았던 박 사장은 사업지원TF로 이동해 반도체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려움을 겪는 파운드리사업부에도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영업을 맡는 사업부장에 한진만 미주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탁하고, CTO에 남석우 DS부문 제조&기술 담당 사장을 배치했다. "파운드리 분사는 없다"고 선언한 이 회장의 의지가 파운드리사업부 인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평가다.
반도체 위기 극복과 역량 집중을 위한 최선의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회전문 인사'의 한계도 동시에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기 속에서는 당연히 능력이 검증됐고 신뢰할 수 있는 인물에게 중책을 맡길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기존 인사들을 재배치하거나 겸직을 맡긴 수준이어서 미래까지 내다본 새 인물은 전혀 안 보인다"고 했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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