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1조 넘게 배당받고는"…영풍 "최씨 일가가 더 챙겼다"

고려아연 "본업 경쟁력 없는 영풍, 막대한 배당금으로 겨우 실적 방어"
영풍 "법인 배당금, 석포제련소에 재투자…고려아연, 명예회장들에 수십억 보수"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010130)과 영풍(000670)이 이번엔 배당금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본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고 막대한 고려아연 배당금에만 의지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영풍은 이를 반박하면서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에서 과도한 보수를 받고 있다고 받아쳤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측은 장영진 영풍 고문을 포함한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으로부터 수령한 누적 배당금 총액이 1조 1300억 원에 달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의 지분 구조를 보면 최대주주는 25.15%를 보유한 ㈜영풍이다. 5% 이상 보유한 국민연금과 HMG Global LLC(현대차그룹 계열사)를 제외하면 장형진 영풍 고문(3.45%)이 뒤를 잇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지분은 1.75%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족 관계사와 개인 가문으로 범위를 넓히면 복잡하다. 장씨 일가의 고려아연 개인주주는 장형진 고문을 포함해 장병희, 장철진, 장세경, 장세명, 장세욱, 장형진, 김혜경, 장세준, 장혜선, 장세환 등이다. ㈜영풍을 포함한 법인 주주는 테라닉스, 영풍산업, 영풍공업, 코라이써키트, 에이치씨, 씨케이, 영풍전자, 시그네틱스 등이다.

고려아연 측은 '누적 배당금+개인·법인 포함'을 강조하고 영풍 측의 과도한 배당금 수령을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이들 장씨 개인과 법인이 챙긴 1조 1300억 원의 배당금 중 ㈜영풍 몫은 8881억 원"이라며 "영풍의 시가총액보다 많은 고려아연 배당금이 영풍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풍은 이렇게 막대한 배당금으로 부진한 영업실적을 메꾸는 데 급급하다는 것이 고려아연의 주장이다. 영풍의 올해 상반기(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5억 8499만 원이었는데, 순이익은 배당금 효과로 253억 원을 기록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은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263억 원 규모의 배당금 덕분에 순이익을 기록했다"며 "본업 경쟁력 악화를 겪는 상황에서 실적 방어에 고려아연 배당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배당을 올려달라는 영풍 측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며 "다른 주주들도 고려아연의 경영진에 지지를 보내고 영풍 측의 요구를 부결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영풍은 최대주주인 ㈜영풍 법인을 제외하면 최씨 일가가 훨씬 더 많은 배당금을 챙겼다고 반박했다.

영풍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최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최근 5년간 배당금 내역을 토대로 "최씨 일가가 2159억 원, 장씨 일가는 967억 원"이라며 "최씨 일가가 월등히 많은 배당금을 받았다. 고려아연 '주주환원'의 최대 수혜자는 최씨 일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씨 일가는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받고도 최근 경영권 분쟁에선 대부분 회삿돈과 회사 차입금으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해 '회사 빚까지 내서 경영권을 방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영풍이 받은 배당금에 대해선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대부분 석포제련소 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하는 등 배당금 재원을 사업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영풍은 최 회장이 취임 후 2년 만에 자신의 보수를 3배로 인상한 것은 물론, 3명의 명예회장을 두고 매년 10억~20억 원의 과도한 보수를 지급(최창걸 명예회장은 23년부터 무보수)했으며,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에 명예회장을 포함시켜 이들이 받을 퇴직금이 최대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