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갚아야 하는데…화학업계, 불황 장기화에 재무리스크 커진다

롯데케미칼, 회사채 14개에 기한이익상실 원인 사유 발생
효성화학 유동 부채 2.8조…특수가스사업 매각해 자금조달 추진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롯데케미칼 제공)2023.6.13/뉴스1 ⓒ News1 김동수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화학업계의 불안한 재무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누적된 적자가 현금흐름을 위협하면서 채권자와 약속한 최소한의 재무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는 수준에 다다랐다. 수개월 동안 진행한 자산 매각이 난항을 겪자 '플랜B' 카드로 계획을 틀기도 했다. 단기간 시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채무 상환을 위한 업계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011170)이 최근 10년간 발행한 회사채 14개에 기한이익상실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 기한이익상실이란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즉시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롯데케미칼은 계약상 유지해야 하는 재무비율 일부 항목을 충족하지 못했다. 누적된 실적 부진으로 현금 유동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3477억 원에 이어 올해 3분기 누적적자만 6600억 원에 달했다.

문제는 단기간 적자가 조단위로 불어나자 재무 불안감이 현실화했다는 점이다. 기한이익상실 사유 해소를 위해 채권자와 다시 논의해야 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감이 커졌다.

효성화학(298000)도 베트남 법인에 발목이 잡혔다. 1조 원 이상 투입한 현지 공장이 글로벌 수요 감소와 원가 부담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적자는 1117억 원으로 3년 연속 적자는 불가피하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유동부채만 2조 8183억 원이다.

효성화학은 연초부터 특수가스 사업 매각을 검토했지만 무산됐다. 특수가스 사업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하는 부문이다.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 불발됐다. 양측이 매각가를 두고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업황 부진 장기화로 재무 리스크가 대두되는 기업 출현이 본격화하고 있다"며 "내년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단기적으로 화학업체의 재무 리스크는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해외 자회사 매각 카드를 꺼내고 있다. 중국의 증설과 경기침체로 단기간에 시황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에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법인인 LCLA(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의 지분 40%를 활용해 6626억 원을 확보한다고 발표했다. PT LCI(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지분으로도 7000억 원의 유동성을 추가하기로 했다.

효성화학도 특수가스 사업 매각을 위해 계열사인 효성티앤씨(298020)로 눈을 돌렸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22일 공시를 통해 "효성화학으로부터 특수가스 사업부에 대한 인수의향질의서를 수령해 내부 검토 중"이라며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계열사 특성상 매각 금액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하다. 효성티앤씨의 올해 3분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987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자금 조달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와 유상증자 등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수를 추진할 경우 지분 및 자금 조달 방안 등 불확실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