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하자" 한화오션, HD현대重 고발 취소…'KDDX 공동수주' 부상

"한국형 차기구축함 사업 기밀유출 임원 개입 밝혀달라" 경찰 고발 8개월 만
"국내 조선업계 역량 결집해 명품 함정 만들어야…상호 협력 필요한 시점"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한화오션(042660)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관련 군사기밀 유출 과정에 HD현대중공업(329180)의 임원이 개입한 의혹을 밝혀달라며 경찰에 냈던 고발장을 22일 전격 취소했다. 양사가 치열하게 경쟁해 온 KDDX 수주전에서 한발씩 물러나 '공동 개발·건조'로 극적인 타협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화오션은 이날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냈던 고발의 취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기자회견과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선 지 8개월 만이다.

KDDX 군사기밀 유출사건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2012년 10월부터 3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으로 공유한 사건이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업체' 지정 여부를 심의했으나,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3월 이례적으로 두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을 열고 방사청의 결정을 반박,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당시 피의자 신문 조서 등을 보면 임원 개입 정황이 명백한 만큼 수사를 통해 이를 밝혀 달라는 것이었다.

총 8조 원 규모(6척)의 KDDX 수주전을 놓고 '특수선 양강'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신경전이 달아오르면서 해당 사건의 수사 결과가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당초 올해 7월 예정됐던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이 KDDX 비리 의혹 수사와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간 신경전으로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업계 관심이 쏠렸다.

한화오션은 이권 다툼보다는 고발 취소를 통해 '적시 전력화'에 기여하는 것이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우리나라 조선업은 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함정 기술과 R&D(연구개발) 역량을 총결집해 세계 최고 성능의 '명품 함정' 건조를 통해 K-방산 한류를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화오션의 자발적 고발 취소로 인해 그간 경쟁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해 제기됐던 '공동 개발·건조' 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9월 "KDDX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 '공동 개발, 동시 발주, 동시 건조'를 포함한 다양한 사업 추진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오션 역시 "정부의 원팀 전략에 적극 협조하고, 한편으로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체 간 상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도 고려했다"고 말해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한화오션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하는 방산업체 지정 절차에 따라 실사단 평가와 현장실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며 "또한 방위사업청 등 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결과를 수용하고 상호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