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지원' 한화·'정기선 승진' HD현대…110조 군함시장 격돌

'트럼프 인연' 김승연 한화 회장, 방산 계열사 연쇄 방문…美 함정 MRO 정조준
HD현대 "실적은 우리가 더 탄탄" 자신감…캐나다·폴란드 함정 수출 시장도 공략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의 상업용 세계 최대 공동수조를 방문해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한화그룹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K-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넘어 '울트라 사이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개적으로 '조선 협력'을 요청하면서 업계 전체가 들썩였다. 조선업계는 기세를 몰아 캐나다와 폴란드 등 해외 특수선 시장의 공략 속도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14일과 20일 방산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한화오션(042660) 사업장을 잇달아 찾았다. 이에 앞서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장직을 새롭게 맡았다. 재계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기해 한화그룹이 '방산 총력전'을 공식화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는 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이른바 '트럼프의 사람들'과 인연이 깊은 재계 인사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안보 분야 자문을 맡았던 에드윈 퓰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회장과는 40여년간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업계에선 한화그룹이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필두로 방산 사업에 힘을 줄 것으로 본다. 김 회장이 20일 찾은 한화오션의 시흥R&D캠퍼스가 공동수조와 예인수조, 음향수조 등 잠수함 기술 개발에 특화된 기관이란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조선 협력을 요청한 시점에 김 회장이 방산 계열사 회장직을 맡고 관련 계열사를 연달아 방문했다는 것은 의미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며 "40여년간 경영하며 축적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는 미국의 함정 MRO 시장 규모가 연간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특수선 양강'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지난 8월 미 함정 MRO 사업 입찰 자격인 함정정비협약(MSRA)을 획득하고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이중 한화오션이 미 해군의 함정 MRO 수주 1·2호를 따내며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27일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에게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야드와 건조 중인 함정을 소개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HD현대중공업(329180)도 '내년 1호 수주'를 장담하고 있다.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009540) 대표이사는 20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서 "저희가 현재 슬롯(건조 공간) 여유가 없어서 (수주) 속도 조절을 했는데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미 함정 MRO 사업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MSRA은 우리가 (경쟁사보다) 먼저 취득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수출에 있어 굉장히 많은 실적이 있고, 현재 해외 MRO도 실적을 많이 내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전체 수출 함정 40척 중 18척을 맡아 최다 실적을 갖고 있다.

양사는 미국 함정 MRO 사업 외에도 폴란드·캐나다 등 굵직한 잠수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국가의 해군 고위급 인사들을 앞다퉈 초청해 특수선 역량을 선보이며 불꽃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 군사 전문지 제인스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신규 발주가 예상되는 함정 수는 약 1100척, 시장 규모는 113조 원으로 추산된다.

8조 원 규모의 잠수함 3척 건조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폴란드 군 관계자들은 지난달 23일과 24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사업장을 잇달아 찾았다. 60조 원 규모의 3000톤급 잠수함 도입을 추진 중인 캐나다 해군사령관도 이달 10일과 12일 두 회사를 방문해 잠수함 건조 역량을 둘러봤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조선업계에 미국 상선·함정 시장은 또 하나의 큰 시장이 열렸다는 의미"라며 "현지 법 개정이 필요한 상선이나 함정보다는 함정 MRO 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지휘봉을 잡았고, HD현대는 정기선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에 승진하며 전면에 나섰다"며 "양측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