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장단 9년만에 긴급성명…"상법 개정은 교각살우"(종합)

한경협, 삼성·SK·현대차·LG 등 사장 16명과 긴급성명
상법 개정안 재고·규제개혁 요청…내주 민주당과 면담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이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성명서 발표에는 삼성 박승희 사장, SK 이형희 위원장, 현대자동차 김동욱 부사장, LG 차동석 사장을 비롯한 주요 기업 사장단이 참석했다. 2024.11.2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한국경제인협회와 국내 주요 기업 사장단이 9년 만에 긴급성명을 냈다.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상법 개정도 저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상법 개정은 본래 취지인 소액 주주보호를 넘어 기업의 경영에 혼란을 일으키는 '교각살우'라고 주장한다.

한경협은 21일 삼성·SK·현대차·LG 등 주요 기업 사장단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한경협과 주요 기업들이 긴급성명을 낸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최근 경제는 성장동력이 약화하며 저성장이 지속되고, 경제의 주춧돌인 수출마저 주력업종 경쟁력 약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향후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며 긴급 성명 발표 취지를 설명했다.

사장단은 "현재와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는 헤어나기 힘든 늪에 빠질 수 있다"며 "경제계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신사업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장단은 또 국회에 규제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 법안에 힘써주기를 당부했다. 현재 22대 국회에선 상법 개정안, 상장회사지배구조법 제정안 등 기업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이 계류돼 있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안 중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해 '주주의 이익'이 추가되는 것이 기업 경영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송 남발과 해외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이사회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어렵게 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을 저해해 기업과 국내 증시의 밸류다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사장단의 주장이다.

이어 정부에는 과감한 규제개혁과 더불어 AI, 반도체, 이차전지, 모빌리티 등 주요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사장단은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 내수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며 "산업구조의 대전환 시대에 우리 경제가 다시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업들도 국민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소액 주주를 보호할 방안을 재계에서 선제적으로 내놓을지에 대해 "피해를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상에서 사안별로 핀셋형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상법 개정을 받는 대신 그동안 경제계가 요구했던 상속세 등 세법 개정을 연계해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다음 주 민주당과 재계가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는 만큼 충분히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종기가 났을 때 종기를 치료해야지 팔다리 전체를 손대는 교각살우의 우는 범해선 안 된다"며 "경제 8단체가 나서 공동 입장을 호소해 왔다는 배경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rma1921k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