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죽는다"…캐즘에 멈춰서는 동박공장, 트럼프 겹악재
공장 가동률 줄줄이 축소…"고정비 증가에 적자 폭 확대"
트럼프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긴장…다각화·구조조정 대응
- 박종홍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 =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부진) 장기화로 배터리뿐 아니라 국내 동박 업계의 피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공장 생산 라인도 상당 부분 멈춰 세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를 검토한단 소식마저 들리면서 업계에 드리운 암운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각 사 정기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익산·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가동률은 2022년 97.5%, 지난해 76.9%에서 올해 3분기 기준 71.8%로 떨어졌다.
SKC(011790)의 이차전지소재 전지박 부문(SK넥실리스) 가동률은 2022년 88.1%, 지난해 54.7%에서 올해 3분기 32.5%로 급감했다. 솔루스첨단소재(336370)의 전지박 사업 부문도 가동률이 지난해 79.9%에서 올해 3분기 77.6%로 둔화했다.
전기차 수요 부진이 길어지면서 배터리 업체들이 동박 구매량을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펴 만든 막으로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데 산화되기 쉬워 장기간 보관이 어렵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주요 전지박 고객사들의 3분기 재고 조정 강도가 예상보다 컸다"고 말했다.
업황 부진에 공장 생산라인 중단까지 겹치면서 동박 업계는 올해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 2분기까지 동박 3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해 왔지만 3분기 317억 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익산과 말레이시아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고정비가 증가했고 재고자산 평가 손실까지 더해진 여파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외 SKC는 해당 분기 620억 원의 영업손실로 8개 분기 연속 적자를, 솔루스첨단소재도 186억 원의 영업손실로 1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이 IRA에 근거해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받는 7500달러의 보조금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동박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 생산자에게 지급되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까지 손을 대는 '최악의 경우'가 현실화하면 동박 업계의 실적 회복은 더 지연될 전망이다.
동박 업계는 구조조정이나 사업 다각화 등의 자구책으로 살길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SK넥실리스는 디스플레이용 FCCL(연성동박적층필름)을 공급하는 박막 사업 부문을 950억 원에 어펄마캐피탈에 매각,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솔루스첨단소재는 AI 가속기용 동박 공급을 앞두고 있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최근 "익산공장은 전기차용 동박만으로 손익분기점을 얻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IT용 회로박, AI 가속기용과 설비 합리화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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