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 규제' 기업집단 지정제도…기업가치 떨어뜨려"
한경협-한국방송학회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규제 부당성' 세미나
"대기업 방송사 소유 규제 효용 사라져…규제 대상도 시대착오적"
- 김재현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공정거래법상 기업집단 지정제도가 기업가치를 떨어뜨리고 경제성장에 부정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법과 제도를 따라 대기업의 방송사 소유를 규제한 방송법도 언론 독과점을 우려해 제정됐던 당시와 환경이 달라진 만큼 장기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한국방송학회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규제의 부당성과 타 법률의 공정거래법 원용의 문제점 세미나'를 열었다.
'기업규제가 기업가치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첫 발제를 맡은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집단 출자구조에 대한 사전규제는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다양성을 제약해 기업가치와 경영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근거 중 하나로 대기업집단 규제 지수와 경제성장 및 기업가치의 관계를 실증 분석한 결과를 제시했다. 규제 지수(기업집단 규제가 도입된 1987년 6.1→올해 10.5)가 오를수록 경제성장률과 시가총액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지 교수는 "현행 기업집단 지정의 문제를 방송법 등 다른 법에 원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대기업 현실을 과학적으로 반영해 기업집단 지정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제를 맡은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방송법상 대기업 소유 방송사 규제에 대해 "미디어가 지상파 방송사와 신문에 불과하던 과거에 대기업의 언론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진입 규제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방송·미디어 시장 변화와 OTT·SNS 등의 등장으로 지상파 방송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대기업의 여론 독과점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져 규제의 효용성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국내총생산 증가에 따른 기업들의 성장에도 방송법상 대기업 기준은 관련 제도가 도입된 2008년 수준(10조 원)을 유지하고 있어 현실에 뒤처진 낡은 규제가 됐다"고 했다.
공정거래법은 경제 규모 확대를 반영해 대기업집단 기준을 2008년 이후 꾸준히 높였지만, 방송법상 대기업집단 기준은 여전히 2008년 수준이어서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방송법상 대기업집단 기준을 상향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민영 방송사만이라도 대기업 소유 제한 규제를 폐지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제언한다"고 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대기업이 보유한 풍부한 투자 자원이 미디어·콘텐츠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의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법제의 전반적인 개편을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자산총액이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 GDP의 0.5% 이상인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제도로, 다른 나라에 없는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 꼽힌다. 해당 기업들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현황 공시, 일감몰아주기(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규제를 받는다.
kjh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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