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테 왜 이러죠"…주택가 들어온 노조 시위에 주민들 당혹
'한달 파업' 끝낸 현대트랜시스 노조, 또다시 한남동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 찾아
사측 비상경영체제 돌입·대표이사 교체…"시민 볼모로 무리한 성과급 요구" 지적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기업 시위가 여기(한남동)서 진행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시위 목적도 자신들 성과급 내용 같은데, 일반 시민이 왜 이러한 내용의 공감과 호소 대상이 돼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한 달 이상 지속한 파업을 종료하고 정상 출근했지만,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과 무관한 서울 주택가 장외 시위를 이어가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대형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해 시위했다. 작년 영업이익 두 배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며 시작된 장외 집회·시위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8번째다.
업계 안팎에서는 노조의 교섭 대상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사는 주택가에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시위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노조는 사측에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 원으로 작년 현대트랜시스의 영업이익 1169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사측이 노조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영업이익 전액은 물론 빚을 내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 지나친 요구라는 지적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장기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및 신뢰 회복을 위해 지난 11일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경영진 등 임원 연봉 20%를 자진 반납하며 노조에 위기 극복 동참을 호소했다. 대표이사도 기존 여수동 사장에서 백철승 부사장으로 교체됐다.
업계 관계자는 "시위와 집회 장소는 목적과 대상을 고려해 정해져야 하는데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교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서울 주택가에서 벌이는 시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애꿎은 시민을 볼모로 사측을 압박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