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10조 매입한다…3조 우선 매수·소각(종합)

전날 주가 4년 6개월 만에 4만원대 기록…"주주가치 제고"
HBM 지연, 파운드리 적자 누적 등 경쟁력 약화에 주가 약세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삼성전자 종가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전장보다 700원 내린 4만9,9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 종가가 4만 원대로 떨어진 것은 2020년 6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2024.11.1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향후 1년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하는 계획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우선 오는 18일부터 내년 2월17일까지 3개월간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를 매입한다.

금액으로는 보통주 2조6827억3759만 원(주당 5만3500원), 우선주 3172억6245만 원(주당 4만5900원) 규모다. 삼성전자는 취득한 자사주는 전량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나머지 7조 원어치 자사주에 대해서는 자사주 취득을 위한 개별 이사회 결의 시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활용 방안과 시기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논의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삼성전자 주가가 전날(14일) 4년 5개월 만에 4만 원대로 추락하는 등 최근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주식시장에서 지난 8월 초 8만 원대를 기록한 이후 최근 4개월간 하락을 거듭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진입 지연이 꼽힌다.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AI 가속기와 그 필수 부품인 HBM 수요가 급증했지만, 삼성전자는 경쟁사와 대비해 HBM 개발이 지연되면서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 납품이 계획보다 지연됐다.

당장 올해 3분기 삼성전자 디바이스설루션(DS,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3조8600억 원에 그쳤다. 반면 HBM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7조3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국 기업들이 범용 D램 공급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가격 하락을 야기한 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이례적으로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3분기 잠정실적 발표 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비메모리 부문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특히 파운드리의 경우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적정 수율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세계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엔비디아, 애플, AMD, 퀄컴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TSMC에 줄을 섰다. 이에 TSMC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0% 증가한 7596억9000만 대만달러로 집계됐고, 순이익은 3253억 대만달러(약 13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4.2% 급증했다.

향후 삼성전자 주가 반등을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 등과 더불어 구체적인 반도체 사업 성과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