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견디는 석화업계, 장기 불황에 "창고부터 슬림하게"
LG화학 3분기 재고자산 직전분기比 2.8% 감소…롯데케미칼 7.1%↓
내년까지 업황 회복 기대치 낮아…공장 가동률 쉽사리 확대 어려워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LG화학(051910)과 롯데케미칼(011170)의 재고자산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석유화학의 계속된 불황에 재고를 쌓아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시황 회복 시기를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않고 재고를 우선 활용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각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의 올해 3분기 재고자산은 9조 4815억 원으로 지난 2분기(9조 7596억 원) 대비 2.8% 감소했다.
재고자산이란 원재료와 판매를 위해 생산한 최종 제품의 가치다. 미래 사업을 예측해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기업 경영의 핵심이다.
문제는 재고자산의 증가가 실적 압박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재고 소진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품과 원재료 등 자산가치 하락이 원가 상승으로 연결된다. 팔리지 않는 재고가 창고에 쌓일수록 유지·관리비 등 비용도 부담이다.
LG화학은 매출 확대로 재고를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3분기 매출은 12조 6703억 원으로 지난 2분기(12조 2996억 원) 대비 늘었다. 반면 공장 가동률에 큰 변화는 없었다. 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올해 2분기 81.7%에서 3분기 81.6%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도 재고 줄이기에 성공했다. 3분기 재고자산은 2조 8588억 원으로 2분기(3조 791억 원) 대비 7.1% 감소했다. 공장 가동률이 줄어든 게 배경이다. 3분기 NC(나프타 크래커) 가동률은 81.8%로 지난 2분기(82.8%) 대비 1%p 하락했다. 범용 플라스틱인 PE(폴리에틸렌)의 경우 2분기 91.2%에서 3분기에 89.1%까지 하락했다. 전방 산업이 부진한 만큼 생산량을 늘리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재고 감소에도 실적 부담은 여전하다. LG화학의 경우 3분기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은 3955억 원이다. 롯데케미칼도 충당금으로 1372억 원을 설정했다. 충당금은 추후 원가에 반영될 수 있다.
기업들은 당분간 재고자산 조정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자급률 상승과 경기침체에 따른 부진한 실적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 168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8.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은 318억 원에서 6600억 원으로 불어났다.
일부에선 석유화학 부문에선 당분간 흑자를 내기 어렵다고 전망한다. 시황 회복을 기대할 뚜렷한 계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종은 86으로 조사됐다. BSI는 100을 넘으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완만한 수요 회복과 신증설 감소로 수급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회복 강도는 약할 전망"이라며 "기초소재 흑자전환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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