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쓰며 美직원 차별" TSMC 피소…트럼프 취임 전부터 휘청

TSMC 임원 제기 소송에 12명 원고 합류…"美공장, 동아시아인 우대" 주장
TSMC 창립자 "애리조나 공장 순조롭지만 준공식 안 열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공장 기공식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 중인 공장에서 대만인을 우대하고 미국인을 차별했다는 혐의로 피소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TSMC 창립자인 모리스 창 전 회장은 애리조나 공장 준공식을 개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각) 포브스에 따르면 TSMC 전·현직 직원 12명 이상은 미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TSMC를 반미(反美) 차별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TSMC의 인재 영입 임원인 데버러 하윙턴은 지난 8월 TSMC가 애리조나 공장에서 미국인을 차별한다며 TSMC와 애리조나 공장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직원 12명이 추가로 소송에 원고로 합류한 것이다.

원고 측은 "동아시아계 인종이 아니거나 대만이나 중국 국적이 아닌 개인에 대한 고용 차별의 고의적 패턴과 관행이 있었다"며 "여기에는 채용, 인력 배치, 승진, 유지·해고 결정에서의 차별이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TSMC가 미국 공장에서 중국어를 주로 사용하며 미국 직원들을 의도적으로 따돌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부 회의가 중국어로 진행돼 영어를 사용하는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원고 측 변호사인 다니엘 코천은 "TSMC는 미국 정부로부터 연방 보조금 60억 달러(약 8조4000억 원)를 받기로 했고 미국 내에서 경쟁하기로 한 이상, 연방 차별금지법을 준수하고 모든 인종, 국적, 시민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건 필수"라고 말했다.

TSMC 대변인은 소송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TSMC는 다양한 인력의 가치를 굳게 믿고 있으며, 성별·종교·인종·국적 또는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직원을 고용하고 승진시킨다"며 "차이를 존중하고 평등한 고용 기회가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애리조나 공장은 TSMC가 650억 달러를 투자해 짓고 있으며, 완공되면 4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해 최대 고객사인 애플에 공급할 전망이다.

다만 전문 인력을 대만에서 데려오는 문제로 노조와 마찰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완공도 연기됐다. 다음 달 초 예정된 준공식이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고, 모리스 창 전 회장은 아예 준공식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이날 말했다.

대만 과기신보에 따르면 모리스 창 전 회장은 이날 국립대만대학 개교 96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애리조나 공장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준공식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TSMC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는 "은퇴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했다.

TSMC는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칩스법)에 따라 애리조나주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으로 66억 달러를 받게 됐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칩스법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탓에 보조금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