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이사회의장 물러난다…소액주주 경영참여 도입"

유상증자 철회엔 "기존 주주 마음 헤아리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
주총 표대결 진입한 경영권 분쟁…崔 "주주와 함께 승리할 것" 호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다 2024.11.13/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박종홍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은 13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며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한 정관을 개정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를 더 합리적이고 선진적인 모습으로 개선해 나아가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면 고려아연 사내이사직만 맡게 된다. 그는 지난 3월 20일 임기 만료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조 단위 차입금을 끌어와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최근 2조5000억 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가 이날 철회했다.

MBK-영풍을 비롯한 일각에서 '최윤범 회장이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이사회를 전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자, 의장직 사퇴라는 쇄신책을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소액주주 보호 및 참여 강화 방안과 주주친화 방안도 밝혔다.

그는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 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정관에 명문으로 반영하도록 추진하겠다"라며 "지배주주를 제외한 소액주주의 의사와 여론을 이사회 구성 및 주요 경영 판단에 반영할 수 있는 '소수주주 다수결제'(MOM)를 통해 지배주주 이외에 소액주주분들의 의사를 반영하여 일정한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주에게 정기적인 수익을 제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도모하실 수 있도록 분기배당을 추진하고, 배당 기준일 이전 배당을 결정해 예측 가능성과 함께 회사의 신뢰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최 회장은 유상증자 자진 철회와 관련해 "다양하고 독립적인 주주기반을 강화하고자 도모했던 일이었지만,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충분히 사전에 기존 주주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무겁게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하기로 의결했다. 지난달 30일 보통주 373만 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해 2조 5000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지 14일, 지난 6일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건 지 7일 만이다.

최 회장은 연내 임시 주주총회 또는 정기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 달라고 주주 및 투자자에 호소했다. 그는 "누가 이 회사를 경영해야 계속하여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는지, 책임감 있는 친환경 안전 경영을 할 수 있는지, 우리 주주님들이 판단해 주실 것"이라며 "주주님들과 함께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승리해 회사를 지켜내겠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