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직접 PT 나섰다…유증 취소하고 주주 설득 '정공법'
고려아연, 오늘 이사회서 유상증자 자진철회…"시장 우려 예상 못해"
MBK-영풍 지분 40% 확대…지분율 격차 확대되며 최 회장측 긴장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도마 위에 올랐던 2조 5000억 원 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하기로 했다.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율 격차가 4.4%포인트(p)까지 벌어진 시점에서 승부수로 띄웠던 '유증 카드'가 무산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존 우호지분(백기사) 내에선 균열 조짐까지 감지되는 분위기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섣부르게 유상증자를 추진했다"며 자성하는 한편, 최 회장이 직접 주요 주주들을 찾아 회사의 비전을 설명하며 우군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사진 13명 중 사외이사 7명이 지난 주말부터 전날까지 주주·전문가·당국을 만나 청취한 의견을 토대로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이사회는 유상증자 자진 철회를 결단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은 전날(12일)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콘퍼런스콜에서 "시장 상황 변화와 투자자분들의 우려, 감독 당국의 정정 요구 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인 상태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자사주 소각 후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 2650주를 주당 67만 원에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고려아연은 두 차례 공개매수로 유통주식이 씨가 말랐고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튀는 등 부작용이 생기자 유상증자로 해소하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도 "무리였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며 유상증자를 단념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유상증자 철회로 경영권 방어 전략도 급선회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계획에는 MBK-영풍의 지분율을 희석하는 한편, 우리사주조합에 20%를 우선 배정해 의결권 기준 지분율 격차를 좁힌다는 전략도 깔려 있었다.
유상증자가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자사주 소각 기준 우리사주조합은 최대 4%, MBK-영풍 연합은 최대 0.6%를 확보하게 된다. 고려아연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로부터 법률 검토를 받으며 유상증자를 합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MBK-영풍의 지분율은 이날 기준 39.83%,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은 35.4%로 양측 공개매수 직후 격차(약 3%p)보다 더 벌어졌다. 백기사로 분류됐던 한국투자증권(0.84%)의 이탈까지 확인될 경우 양측의 격차는 5%p로 더 벌어진다.
최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진은 발로 뛰며 우군을 확보하는 '정공법'을 플랜B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 추진으로 신뢰를 잃을 뻔했던 만큼, 신속하게 잘못을 바로잡고 고려아연을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회사로 키워낸 현 경영진의 경영 능력을 설득하겠다는 판단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진은 최근 주요 주주와 증권사를 연일 찾아가 회사의 비전과 실적을 프레젠테이션(PT)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범 회장이 PT를 자청해 직접 발표자로 나서고, 박기덕 대표이사 사장은 여의도 증권가를 모두 찾아가 조언을 청했다고 한다.
특히 최 회장 측은 지분율 7.83%를 쥐고 있는 '캐스팅보트' 국민연금과도 집중적으로 소통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계기로 고려아연이 국민연금과 수차례 소통하며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날(12일) 고려아연 콘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을 향해 "고려아연을 지금처럼 성장시킨 현 경영진과 매니지먼트(경영 능력)에 대한 시장 신뢰가 존재한다고 판단한다"며 "주주의 생각을 더 듣고, 특히 국민연금 등 핵심 주주의 의견을 토대로 경영 판단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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