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롯데케미칼, 투자 줄이고 버티기…재무체력 '올인'
올해 3분기 누적 적자 6600억…지난해 손실액 3477억 웃돌아
대형 투자로 재무건전성 악화…유동성 확보 후 차입금 축소 전략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비상 경영에 돌입한 롯데케미칼(011170)이 임원 연봉을 줄이고 투자를 축소하는 특단의 조치를 꺼냈다. 해외 법인 지분 일부를 정리하고 현금을 채우는 에셋라이트(자산 경량화) 전략을 동시에 추진한다.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만큼 지출을 최소화해 재무 체력 확보에 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화학군 계열사 임원은 10∼30% 급여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중국의 저가 공세와 공급 과잉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66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3477억 원)을 넘어섰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영업손실 예상 금액은 1356억 원이다.
롯데그룹 화학군 임원들은 책임 경영 차원에서 급여를 반납하고 비상 경영에 동참하기로 했다. 예상하기 어려운 시황 회복 시기를 기다리기보단 통제할 수 있는 내부 비용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무엇보다 악화한 재무 건전성이 내부 위기감을 키웠다. 올해 3분기 부채비율은 75.4%로 지난해 말(65.5%) 대비 약 10%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비율도 29.2%에서 36.1%로 악화했다.
롯데케미칼은 투자 속도 조절로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기보단 재무 건전성 회복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내년에도 석유화학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반영됐다. 수년간 누적된 중국의 공급 과잉에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일단 투자비만 5조 원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사업인 라인 프로젝트가 올해 마무리된다. 당분간 조단위 투자 집행이 없는 만큼 자금을 아낄 수 있는 여건은 조성됐다. 지난 7일 실적발표 및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CAPEX(시설투자금액)는 약 1조 7000억 원으로 올해(3조 원)와 비교해 크게 축소된다고 밝혔다.
연결 자회사 역시 자금 집행을 늦추기로 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을 반영해 스페인 동박 공장 완공 시점을 당초 계획인 2025년 말에서 2027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스페인에 집행되는 투자 규모는 1800억 원에서 250억 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롯데케미칼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차입금을 줄이는 전략을 병행한다. 미국 법인인 LCLA(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의 지분 40%를 활용해 6626억 원을 확보한다. PT LCI(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지분으로도 7000억 원의 유동성을 추가하기로 했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업황 불확실성 장기화에 따른 자산유동화와 현금확보 전략 전개는 긍정적"이라며 "설비 효율화·현금확보 전략 등이 실행되지 않으면 불황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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