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넘겠다더니 우주까지 갔네…'잭팟 행진' LG엔솔 무슨 일
美 머스크의 '스페이스X' 우주선 배터리 납품…"최정상 기술력 입증"
캐즘 한파에도 하반기만 수십조 글로벌 수주…"선제적 리스크 헤징 성과"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뚫고 잇달아 대형 수주고를 알리며 '나홀로 질주'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만 르노(7월), 벤츠·포드(10월), 리비안(11월)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수조원대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 우주선에도 배터리를 탑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영토를 '우주급'으로 넓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용 보조 동력 배터리 및 전력 공급용 배터리 납품을 의뢰받아 2170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해당 배터리는 스페이스X가 이르면 내년 선보일 차세대 우주왕복선 '스타십'(Starship)에도 탑재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주선 기자재는 섭씨 1500도가 넘는 고온과 대기압의 60배에 이르는 고압 등을 견뎌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는 이미 우주 환경을 상정한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추가적인 맞춤 제작을 거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최정상급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은 셈이다.
스페이스X 공급 물량이 향후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머스크는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후원했던 대표적 기업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머스크의 우주 사업이 더 확장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의 공급 물량 확대도 덩달아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선제적인 '리스크 헤징' 역량에 주목한다. 전기차 캐즘에 이어,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축소 예고로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전례 없는 한파를 대비하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찌감치 주력인 전기차 사업 의존도를 낮추는 'Non-EV' 전략을 공식화하고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 결실을 보았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중국 난징 공장 라인 일부를 에너지저장장치(ESS) 리튬인산철(LFP)용으로 전환했고, 내년 하반기엔 LFP 롱셀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2026년에는 미국 애리조나에 17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중저가 보급형'인 미드니켈'(Mid-Ni) 배터리도 조만간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그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7월 르노와 39GWh 규모의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10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50.5GWh), 포드(고전압 미드니켈·109GWh)와 계약을 따냈다. 이달에는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리비안과 67GWh 규모의 4695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들 계약의 추정 금액만 33조~38조 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하면서 완성차업체부터 배터리 제조사, 이차전지 소재까지 생태계 전체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당장 결실을 맺은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하반기에 수주 소식을 알릴 수 있었다는 것은 상당히 오랫동안 치밀하게 포트폴리오 재편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7일 비전 공유회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배터리 제조업에 머무르지 않고 '에너지 순환'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사업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ESS, 도심항공교통(UAM), 배터리 생애주기 서비스(Baas)·에너지 생애주기 서비스(EaaS) 등 비전기차 사업을 확대하고 배터리 포트폴리오도 기존 삼원계(NCM·NCA)에서 중저가·차세대까지 넓히겠다고 밝혔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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