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닥친 산업계…관세강화·보조금축소 긴장[트럼프 당선]
車 관세 부담 가중 우려…전기차 정책 후퇴에 IRA 보조금 축소 가능성
강력한 대중제재, K-반도체에 '양날의 검'…철강도 고관세 우려
-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정책 강화와 보조금 축소 등 정책 추진을 시사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7일 외신과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내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는 고관세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중국산에는 6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같은 관세 정책이 현실화 할 경우 미국 수출 물량이 많은 현대자동차·기아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월 2000억~4000억 원, 기아는 월 1000억~2000억 원의 부담을 지게 된다.
전기차 확산 정책의 후퇴도 우리 기업에게는 타격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차에 대한 지원 폐지와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공약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완성차 및 배터리 기업들의 보조금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인 현대차·기아는 IRA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건설하는 등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IRA가 후퇴할 경우 투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배터리 업계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모두 미국에 공장을 짓고 현지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 분기 수백~수 천 억 원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받고 있는데 IRA 제도가 축소·폐지될 경우 수익성이 대폭 악화하고, 투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다만 업계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편관세와 보조금 축소 등 정책을 강행하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또한 보조금 축소 가능성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도체법과 관련한 거래는 너무 나쁘다. 보조금이 부자 기업에 돌아갔다"며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을 겨냥한 바 있다.
반도체법의 기획과 입법이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이뤄진 만큼 법 개정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국내 기업에 추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대중 제재도 우리 기업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지난 2022년 미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을 제재하면서 동맹국 기업에 제공한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지정이 철회되거나 반도체법상 가드레일 조항이 강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첨단 장비 반입과 공장 확장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강력한 제재로 인해 우리나라를 바짝 쫓고 있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 속도가 한풀 꺾일 가능성은 있다.
철강 업계는 대미 수출 물량 제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인 2018년에도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사문화 상태였던 무역확장법 232조를 꺼내 들어 수입 철강재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은 관세 대신 쿼터 부과 대상국으로 지정돼 2015~2017년 연 평균 수출량의 70%에 해당하는 268만 톤의 철강만 수출이 가능하다.
중국의 수출물량에 대한 제재가 강화돼도 쿼터로 수출 물량이 고정된 상황인 만큼 국내 철강 업계가 반사이익을 얻기도 어려운 구조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수출 쿼터가 줄어들 가능성이나 관세가 재차 부과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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