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맨에 배터리 맡긴 최태원픽 통했다…SK온, 26년 IPO 조준
1년9개월만에 돌아온 이석희 사장, 취임 1년만에 첫 분기 흑자 성과
해외공장 비용 축소·전사 원가 절감 노력 효과…상장 앞두고 연간 흑자 과제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적자 늪에서 허우적대는 SK온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이석희 사장이 부임 1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이뤄냈다. SK하이닉스(000660)를 최고 전성기로 이끈 경영 능력을 배터리 사업에서도 입증한 것이다. 실적 안정화를 통해 2026년으로 약속한 SK온의 IPO(기업공개)를 성공시키는 게 다음 과제다.
6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240억 원을 기록하고 11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마감했다.
흑자전환을 이끈 이석희 사장은 지난해 말 그룹 인사에서 SK온 수장에 올랐다. 지난 2022년 3월 SK하이닉스 대표에서 물러난 지 1년 9개월 만의 복귀였다. 당시 이 사장의 컴백에 대해선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세대교체라고 보기 어려운 1965년생이라는 점과 배터리가 아닌 반도체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서울대 무기재료공학 학·석사를 마치고 1990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했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2000년부터 11년간 인텔에서 근무했던 엔지니어다. KAIST 교수를 거쳐 2013년 친정인 SK하이닉스에 돌아왔다.
최태원 SK 회장은 SK하이닉스의 최고 전성기를 이끈 이 사장의 경영 능력을 믿었다. 지난 2021년 영업이익 12조 4000억 원이라는 창사 이래 최대 성과를 배터리 사업에서도 재현해 줄 것이란 기대였다.
이 사장은 SK온 사장 부임 직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에 대비하기 위해 전사적 원가 절감에 몰두했다. 하지만 지난 2분기에 무려 4601억 원이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적자를 내놨다. 이후 헝가리 신규 공장 초기 램프업 비용을 줄이고 수율 확대에 집중했다. 지난 7월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흑자 전환 달성 시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 동결하는 배수진까지 쳤다.
지난달 SK이노베이션 계열사의 CEO(대표이사) 인사 대상에서 이 사장은 예외였다. 실적이 부진했던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가 교체된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만큼 SK그룹이 이 시장을 신뢰하고 경영 안정성을 보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흑자전환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합병 전 배터리 사업만으로 이뤄낸 성과다. SK온은 이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에 이어, 내년 2월 SK엔텀과 합병한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국내 유일의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5746억 원이다. SK엔텀은 탱크터미널 사업을 맡고 있다. 3개 사 합병이 완료되면 SK온의 재무구조는 단숨에 개선된다.
이 사장은 합병 효과와 별개로 배터리 사업의 흑자 구조 안착에 역량을 집중한다. 오는 2026년으로 약속한 증시 상장을 위해선 본업 경쟁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연간 흑자를 내야 한다.
SK온은 중장기 매출 우상향을 전망한다. 내년 포드와 합작해 세운 켄터키와 테네시 공장이 가동에 돌입한다. 유럽의 탄소규제 강화 정책도 전기차 시장엔 호재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럽·미국 고객사들의 배터리 구매 활동은 오는 2025년 하반기 재개될 것"이라며 "설비 가동률 개선을 통한 생산라인 최적화와 영업 적자 축소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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