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은 지났다" K-배터리…속도조절·제품 다변화로 반등 시도
3분기 캐즘 여파로 전반적 실적 부진…SK온만 분사 후 첫 흑자 '선방'
내년 유럽 환경규제·美 신공장 가동 효과 본격화…투자 효율화 기조는 유지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실적 부진에 빠진 K-배터리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을 이겨내고 반등을 노린다. 전기차 시장이 미국 내 신규 공장 가동과 유럽 내 환경 규제 강화로 바닥을 지나 점진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내부적으로 효율적인 투자 집행과 제품 다변화로 내실 확보에 집중하는 전략을 이어가기로 했다.
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6.4% 감소한 6조 8778억 원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483억 원으로 38.7% 줄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4660억 원을 포함한 실적이다.
올해 배터리 업계는 캐즘 여파로 매출과 영업이익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더해지며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뚝 떨어졌다. 세계 3대 시장으로 불리는 유럽의 경우 눈에 띄게 둔화했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유럽에서 판매된 승용차 중 전기차 비율은 지난해 동기 15.8%보다 약 2%p 하락한 13.8%다.
삼성SDI(006400) 3분기 매출액은 30% 줄어든 3조 9356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1299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특히 전지 부문의 영업이익이 63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SK온은 개선된 성적표를 내놨다. 올해 3분기에 11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마감하고 240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SK온 관계자는 "고단가 재고 소진, 헝가리 신규 공장 초기 램프업 비용 감소 등 전 분기 대비 기저효과와 전사적 원가 절감 활동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2분기 대비 4841억 원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아직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캐즘 회복에 대해 보수적으로 전망한다. 캐즘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확실한 반전의 계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를 바닥으로 점진적인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내년부터 예고된 유럽 내 신규 전기차 출시와 탄소 규제 강화가 호재다. 미국 내 신공장 가동 역시 긍정적이다.
대표적으로 삼성SDI가 미국 내 신규 공장 가동 혜택을 얻는다. 스텔란티스와 합작사(JV)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공장이 다음 달 조기 가동에 돌입한다. 연산 33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캐파(CAPA·생산능력)를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면 AMPC 금액은 순차적으로 증가한다.
동시에 제품 다변화와 효율적인 자금 집행으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 최근 수요가 높아지는 미드니켈·LFP(리튬인산철) 제품을 늘리고, 투자 속도 조절로 과잉 생산을 막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르노와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포드사와 109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 상용차 배터리 셀·모듈 장기 공급계약도 맺었다. 업계에선 계약 제품을 고전압 미드니켈 제품으로 추정했다. SK온도 전기차 수요 변동에 대한 손익 변동성을 줄이고자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집중해 전기차 외 배터리 수요에 대비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내년 캐팩스 집행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신규 증설 투자는 줄이고 일부 필수 부분에만 집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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