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트랜시스 파업 한달 '무임금'…"벌써 수백만원 손실" 아우성

지난달 8일부터 파업…변속기 생산 차질뿐 아니라 노조원 피해도 갈수록 늘어
사측, 다른 기업들처럼 무노동 무임금 원칙…"파업 중단 후 퇴로 마련해야" 목소리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한 달 가까이 파업 중이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노조원 등 1000여명이 현대차·기아 서울 양재사옥 앞 3개 차선을 막고 집회 중인 모습.(독자 제공)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현대차그룹 부품 계열사 현대트랜시스(039090) 노조 파업이 한 달 가까이 진행되면서 노사 양측 모두 피해를 보고 있다. 변속기 생산 차질은 물론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참여 노조원 역시 임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약 한 달째 파업 중이다. 지난달 8일 충남 서산 지곡공장의 부분파업에 이어 11일부터는 전면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곡공장은 현대트랜시스의 최대 사업장으로 국내 최대 자동변속기 생산 거점이다.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국내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변속기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약 400만 개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95만 개를 생산했다. 1만 5000여 개의 하루 평균 생산량을 고려하면 적어도 20만 개 이상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노조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생산 차질뿐 아니라 노조원에게도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기간 중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 노조가 한 달 가까이 파업 중이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노조원 등 1000여명이 현대차·기아 서울 양재사옥 앞 3개 차선을 막고 집회 중인 가운데 차량들이 남은 1개 차선으로 시위대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모습.(독자 제공)

업계는 노조의 약 한 달 파업으로 생산직 근로자 1인당 약 500만~600만 원 임금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사측과 입장 차이를 좁혀 파업을 멈추지 않을 경우 임금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내부에서도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10월 임금 손실, 11월에도 임금 손실 이어지면 누가 책임지나", "삼성이나 완성차만 봐도 파업해서 임금 손실 보전해 준 사례 없는데, 너무 힘들다", "변속기 신규 라인 현대차 울산공장에 뺏기는 거 아니냐" 등의 우려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트랜시스 사측이 이번 파업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것으로 본다. 원칙을 어기고 임금 손실을 보전해 준다면 노동법 위반은 물론 법인에 경제적 손해까지 끼쳐 업무상 배임에 이를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파업 장기화로 근로자의 임금 손실과 미래 불안이 커지는 만큼 노조가 일단 파업을 중단하고 퇴로를 마련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 파업 사례만 봐도 파업 참여 정도에 따라 1인당 200만~500만 원까지 임금 손실이 발생, 25일 만에 현업에 복귀했다"며 "모기업인 현대차와 기아도 강력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이 영향으로 현대차는 6년, 기아는 4년째 무파업 임단협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트랜시스 서산 지곡공장 전경.

현대트랜시스 노사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은 6월부터 시작했으나, 현재 교착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15만 9800 원 인상(정기승급분 제외)과 전년도 매출액의 2%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 총액은 약 2400억 원으로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연간 영업이익 1169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회사가 빚을 내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상식을 벗어난 주장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측은 지난달 31일 20차 교섭에서 노조에 △기본급 9만 6000 원 인상(정기승급분 포함) △경영 성과급 300%+700만 원 △격려금 100%+500만 원(상품권 20만 원 포함) 등을 제시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