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진전' 삼성 메모리 볕드는데…출구 안 보이는 파운드리

3분기 적자 1조원 이상 추정…TSMC는 순이익 13.8조
TSMC, 3나노 고객사 싹쓸이…삼성 HBM도 TSMC 협력 가능성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2024.10.3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삼성전자(005930) 디바이스설루션(DS,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올해 2분기 6조 원대에서 3분기에는 3조 원대로 주저앉았다. 메모리는 4분기 중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HBM3E)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기대감을 높였지만, 고객사 확보의 어려움을 겪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적자 폭을 확대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 부문은 올해 3분기 매출 영업이익이 3조 8600억 원으로 전 분기(6조 4500억 원) 대비 4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DS 부문 매출은 2.5% 증가한 29조2700억 원이다.

DS 부문의 부진에는 재고자산평가손실 환입 규모 축소,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과 달러 약세가 작용했다. 일회성 비용은 1조 2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사업부별로 명암이 엇갈린다. 메모리는 고부가 제품인 HBM과 서버용 SSD 매출이 각각 전 분기 대비 70%, 30% 증가했고,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HBM3E의 엔비디아 납품이 4분기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전날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3E 공급 상황과 관련해 "현재 주요 고객사 퀄 테스트 과정상 중요한 단계를 완료하는 유의미한 진전을 확보했다"며 "4분기 중 (HBM3E) 판매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의 HBM3E 성능 검증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사장은 3분기 10% 초·중반대이던 HBM3E의 매출 비중이 4분기 50%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특히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는 파운드리에 대한 우려가 크다.

3분기 비메모리 사업부 적자는 1조 원 중후반대, 그중 파운드리 적자는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파운드리는 하반기가 되면 의미 있는 숫자로 회복될 것"이라고 했으나 흑자 전환은 요원하다.

파운드리 시장은 초고성능 AI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초미세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한 대만 TSMC의 독주 체제가 공고해지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62.3%로, 2위 삼성전자(11.5%)와 50.8%포인트(p) 차다. TSMC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4.2% 급증한 3253억 대만달러(약 13조 8000억 원)로 집계됐다.

최선단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양사의 차이가 극명하다. TSMC는 엔비디아, AMD 등 주요 팹리스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 3나노 2세대 공정을 적용한 제품은 삼성전자의 웨어러블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W1000' 외에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엑시노스 2500'이 GAA 3나노 2세대 공정의 수율 문제로 차세대 갤랙시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권형석 시스템LSI 사업부 상무는 "차세대 플래그십 SoC(시스템 온 칩) 공급 확보를 위해 파운드리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내년에 고객사 플래그십 모델에 지속해서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 최시영 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Samsung Foundry Forum 20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4.7.9/뉴스1

삼성전자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GAA 2나노 공정으로 반등을 꾀한다. 파운드리 사업부 송태중 상무는 "현재 주요 고객사에서 당사 2나노 GAA PDK(프로세스디자인키트) 및 설계 인프라를 활용해 고객 제품화를 염두에 둔 성능 파워 면적을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TSMC와 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조차 HBM 사업 확대를 위해 TSMC와 협력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재준 부사장은 6세대 HBM4 제품을 설명하면서 "커스텀(맞춤형) HBM은 고객의 요구 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해서 '베이스 다이'(Base Die) 제조와 관련된 파운드리 파트너 선정은 고객 요구를 우선으로 내외부 관계없이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HBM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도 HBM3E까지는 자체 D램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지만, HBM4부터는 TSMC가 보유한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TSMC와 선단 공정에서 지속해서 경쟁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파운드리 사업부는 시황과 효율성을 고려해 기존 라인 전환에 우선순위를 두고 투자 규모 축소를 전망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