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10배' 전 세계 보조금 전쟁…"韓, 직접보조금 전무"

대한상의, 세계 각국 제조업 보조금 분석 결과 공개
'직접 지원' 재정보조금, 코로나19 전후 5년간 '6배' 늘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 하는가?'를 주제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 고동진 의원으로부터 반도체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2024.10.29/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자국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이 최근 10년 새 10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가 첨단산업 패권 다툼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사실상 보조금 경쟁 시대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스위스 민간 무역정책 연구기관인 GTA를 통해 세계 각국이 발표한 제조업 보조금을 분석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분석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제조업 보조금 총규모는 2015년 584억 달러에서 2024년(9월 기준) 5060억 달러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코로나19가 번지기 시작한 2020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코로나19 전후 5년을 비교해 보면 코로나 이전 5년간(2015~2019년) 5142억 달러에서 이후 5년간(2020년~2024년 9월) 1조 9728억 달러로 3.8배 증가했다.

지난 10년간 유형별 보조금을 보면 '정부 대출'이 6365억 달러(25.6%)로 가장 많았다.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재정보조금이 5862억 달러(23.6%)로 거의 비슷한 액수로 뒤를 이었다. 이어 △수출기업에 대한 무역 보증·대출인 '무역금융'(2377억 달러·9.6%) △구제금융 및 정부 출자 등의 '자본투입'(1912억 달러·7.7%) △'대출보증'(1074억 달러·4.3%) 순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정보조금 증가가 눈에 띈다. 2020~2024년 재정보조금은 4995억 달러로 코로나19 이전 5년과 비교해 약 6배 증가해 가장 높았다. 나머지 보조금 유형은 모두 비중이 감소했다.

주요국들이 재정보조금을 크게 늘리는 추세다. 미국의 재정보조금은 코로나19 이전인 2015~2019년 28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2020~2024년 1048억 달러로 37배 증가했다. 2022년 발표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CHIPS)의 영향이 컸다.

EU(유럽연합)도 같은 기간 168억 달러에서 828억 달러로 재정보조금 규모가 늘었다. 일본(4억→665억 달러), 독일(5억→584억 달러), 프랑스(0→349억 달러) 등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10년간 무역금융이 775억 달러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정부대출(556억 달러) △대출보증(131억 달러) △수출지원(98억 달러) △현물지원(77억 달러) 순이었다. 재정보조금은 사실상 없었다.

지난 10년간 발표된 재정보조금 정책에 따른 수혜산업은 반도체·바이오·이차전지·디스플레이 분야로 나타났다. 해당 산업의 재정보조금 규모는 2020~2024년이 2015~2019년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13배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분야는 재정보조금이 2015~2019년 197억 달러에서 2020~2024년 1332억 달러로 6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399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컸고 일본(308억 달러), 중국(171억 달러), EU(133억 달러), 인도(106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바이오 분야의 재정보조금은 코로나 이전 5년간 73억 달러에서 코로나 이후 944억 달러로 13배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174억 달러), 프랑스(142억 달러), 독일(120억 달러) 등 여러 국가가 보조금 정책을 시행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차전지 분야에는 2020년부터 2024년 9월까지 총 523억 달러의 보조금이 책정됐고 미국(179억 달러), EU(85억 달러) 등이 주를 이뤘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2020년 이후 총 397억 달러의 재정보조금이 책정됐고 중국이 159억 달러로 가장 많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근 '산업정책의 귀환'(The Return of Industrial Policie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최근 세계적인 보조금 흐름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늘리며 시작됐다"며 "이후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급망 및 경제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본격적으로 보조금 경쟁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우리나라도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게 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출 필요가 있다"며 "최근 출범한 국회 민생협의체에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 법안도 의제로 오른 만큼 국가전략의 차원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 도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