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임시주총 소집할 것"…고려아연 운명, 국민연금에 달렸다

최윤범 측 36.8% vs MBK·영풍 38.5% 백중세…7.8% 국민연금 선택이 좌우
양측 장내매수는 쉽지 않아…"국민연금, 산업적 파장·적법성 종합 검토"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의 모습. 2024.10.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강수련 기자 =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의 전반부였던 공개매수가 일방의 확실한 우위 없이 막을 내렸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은 장내매수와 백기사(우호세력) 확보를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리며 주주총회 '엔드게임'을 대비할 전망이다. 시장의 눈길은 분쟁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캐스팅보트' 국민연금공단의 선택에 쏠리고 있다.

MBK·영풍은 이날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통해 고려아연 거버넌스를 어떻게 개선할지 상세히 말할 것"이라며 주총 소집 방침을 공식화했다.

최윤범 회장 측 최대 36.8% vs MBK-영풍 38.47% '박빙'

28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3일까지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총 9.85%(베인캐피탈 1.41%)의 청약 지분을 확보했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고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 지분을 더하면 최윤범 회장 일가와 우호세력의 지분율은 35.4%로 MBK-영풍(38.47%)과 불과 3%포인트(p) 차 백중세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기 보유 자사주 중 연내 활용이 가능한 1.4%를 우호 세력과 맞교환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6.8%까지 늘어난다. 이 경우 공개매수 자사주 소각 후 지분율은 최 회장 측 최대 40.82%, MBK-영풍 42.67%가 될 전망이다.

공개매수에서 양측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결착을 볼 전망이다. MBK-영풍은 이사회 장악을 위해 11월 임시 주총 소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고려아연 이사진 13명 중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인 만큼 최 회장 측이 임시 주총을 막아설 가능성이 높은데, MBK측이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늦어도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임시 주총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최 회장 측의 임시 주총 저지가 성공하면 결전은 내년 3월 정기 주총으로 미뤄진다.

이에 주총 전까지 양측은 장내매수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표 대결에서 힘을 실어줄 우호세력 포섭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 주총 주주명부가 폐쇄되는 연말까지 '제2의 쩐의 전쟁'이 물밑에서 더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다.

시장에선 장내매수보단 '백기사 확보'가 본게임이 될 것으로 본다. 두 차례 공개매수로 잔여 유통주식 물량이 더욱 줄어든 데다 자사주 공개매수 마감 이후 고려아연 주가가 연일 급등해 이날 오전 현재 130만 원을 오르내리고 있어 양측 모두 장내매수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분율은 MBK, 명분은 고려아연…국민연금에 쏠리는 눈

결국 승부를 결정짓는 건 고려아연 단일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공개매수 전 7.83%이다. 국민연금이 운용사에 위탁해 간접 보유하고 있던 지분 일부를 공개매수에서 처분해 실제 남은 지분은 4~5% 내외일 것으로 보는 일각의 관측도 있지만,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주는 쪽이 고려아연 경영권을 잡는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이에 국민연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사회와 정치권, 해외 정부까지 주목하는 사안인 데다, 고려아연이 세계 비철금속 제련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기업이라는 점에서 철강·건설은 물론 반도체·배터리 등 관련 첨단산업에 미칠 파장까지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주총 안건의 92.5%를 찬성하며 최윤범 회장 등 현 경영진을 지지해 왔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해선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지난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를 놓고 최 회장 측과 MBK-영풍 측은 서로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놓는 실정이다.

국민연금은 새 경영진의 능력과 사업 경쟁력부터 공개매수 절차의 적법성까지 모든 요소를 종합 고려해 적격성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법적 이슈, 규제 기관(금융감독원)의 개입, 자사주 소각 후 의결권 지분율 구성 등을 모두 고려할 것"이라면서도 "회사의 장기적 수익을 고려한다면 금융자본(MBK)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려아연이 비철금속 제련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해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한 점, MBK-영풍이 경영권을 잡으면 고려아연의 기술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시장 우려가 있는 점 등을 짚으면서 "국민연금이 이를 배제하고 판단하기 어렵겠지만, 자칫 과도한 국가 개입 논란이 뒤따를 수 있어 고심이 클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딜레마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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