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공신' 이강욱 부사장 "패키징이 기업 생존까지 좌우할 것"

'반도체 대전 2024' 키노트 스피치
"패키징 역량 없이 비즈니스 기회 없어…HBM은 '하이닉스 베스트 메모리'"

이강욱 SK하이닉스 부사장이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반도체 대전 2024'에서 'AI 시대의 반도체 패키징 역할'을 주제로 키노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4.10.24/뉴스1 ⓒ News1 박주평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SK하이닉스(000660)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핵심 기술 개발을 이끈 이강욱 부사장(PKG개발 담당)은 24일 "패키징이 과거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에서 새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역할까지 왔다"며 "다음에는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형태까지 가지 않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된 '반도체 대전(SEDEX) 2024' 키노트에서 "패키징이 반도체의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이슈를 해결하고 산업 혁신을 주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패키징 기술 전문가인 이 부사장은 2018년부터 SK하이닉스에서 WLP(웨이퍼 레벨 패키지) 개발 담당으로서 HBM 제품에 필요한 패키징 기술 개발을 주도해 왔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반도체인 HBM의 성능은 얼마나 많은 D램을 효율적으로 쌓는지가 좌우한다. 이 부사장은 2019년 HBM 3세대 제품인 HBM2E 개발 당시 MR-MUF라는 패키징 혁신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우위를 선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부사장은 반도체의 패러다임이 집적도를 높이는 '모어 무어'(More Moore)에서 하나의 칩에 다양한 기능을 구현하는 '모어 댄 무어'(More than Moore)로 변화함에 따라 패키징 기술이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에는 덧셈의 법칙이 적용되어 패키징이 제품에 가치를 높이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곱셈의 법칙"이라며 "기업이 설계를 잘하고 디바이스를 잘 만들어도 패키징 역량이 없으면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첨단 패키징이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팹(제조 시설) 기술 중심의 기업은 수조 원의 투자를 지속해야 해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첨단 패키징은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가 작은데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그 예로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의 엇갈린 상황을 들었다.

이 부사장은 "AI 시대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대용량의 데이터 처리"라며 "HBM은 대역폭(시간 내 처리하는 데이터 용량)을 높여 AI의 학습과 추론 성능을 극대화하면서 공간을 절약하고, 전력 효율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HBM이 매우 많은 돈을 벌어다 줘서 (앞글자에 빗대) '하이닉스 베스트 메모리'라고도 한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초기에는 4단을 쌓았고 지금 12단까지 양산하는데, 6세대 HBM(HBM4)은 16단"이라며 "20단, 24단, 32단 어디까지 갈지 모르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중심으로 스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을 쌓기 위해 기존 마이크로 범프(micro-bump) 대신 구리-구리(copper-to-copper) 연결을 사용해 더 높은 연결 밀도와 성능을 제공한다.

이 부사장은 "고객들이 로직 다이에 원하는 회로를 새겨넣는 최적화를 요구한다"며 "HBM 사업도 맞춤형으로 분화되는 형태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jup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