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위기'에 맞은 이건희 4주기…'이재용 선언'을 기다린다

오늘 이건희 선대회장 기일…27일 이재용 회장 취임 2주년
반도체사업 전방위 부진…이재용 등기임원 복귀·컨트롤타워 부활 목소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두 번째부터),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 함께 희망을 열다, 미래를 열다' 행사에 참석해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유산으로 시작된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사업은 올해로 4년차를 맞았다.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2024.10.21/뉴스1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삼성 위기론' 속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취임 2주년을 맞아 이재용 회장이 '공개 메시지'를 낼지 주목된다. 삼성 안팎에서는 현재 위기를 돌파할 리더의 '뉴삼성' 화두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선대회장 4주기 기일인 이날 경기 수원 선영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참석한다. 삼성 계열사 사장단도 함께 '이건희 정신'을 기리며 추모할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이틀 뒤인 27일은 이재용 회장의 회장 취임 2주년이다.

과거의 행보를 감안하면 별도의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재용 회장은 4년째 '조용한 추모'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10월 회장에 오를 때에도 선대회장 추도식 후 삼성 계열사 사장단과의 오찬에서 낸 메시지로 취임 일성을 갈음했다.

이재용 회장은 당시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며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화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 반도체를 포함한 메모리 분야에서 경쟁사에 밀리고 있고 레거시(범용) 메모리 쪽도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등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TSMC와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며 전례 없는 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실적이 부진하고 경쟁사는 약진하는 상황인데 정작 삼성 안팎의 동요를 막을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위기를 타개할 리더의 메시지가 간절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소재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선영에서 열린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겸 국제빙상경기연맹회장. 2023.10.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쇄신 작업은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달 말 실적이 부진한 반도체(DS) 부문 임원진 교체 및 감축 등을 포함한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2월 진행했던 인사를 앞당기는 셈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메모리 경쟁력 부진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일종의 감사 격인 경영진단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와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카드도 거론된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6년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가 불거졌을 때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임원에 올라 위기를 돌파했다. 다만 삼성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2019년 10월 재선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현재 4대그룹 총수 중 이재용 회장만 미등기임원이다.

컨트롤타워 부활은 과거 '미래전략실'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전실은 핵심 현안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고 중장기 전략을 짜는 조타수 역할을 했다.

'삼성의 감시자'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이찬희 위원장은 최근 "과거 삼성의 그 어떠한 선언이라도 시대에 맞지 않다면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며 "경영 판단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재건, 최고경영자의 등기임원 복귀 등 책임경영 실천을 위한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