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 SK하이닉스, 메모리 세계 1위 보인다

3분기 영업이익 7조300억원 '사상 최대'…삼성전자 DS와 격차 벌려
HBM·eSSD 등 'AI 메모리의 힘'…"4분기 HBM 매출 비중 40% 전망"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재현 기자 = 'HBM(고대역폭메모리) 선두' SK하이닉스(000660)가 질주하고 있다. 올해 'K-반도체' 왕좌 자리는 물론 전 세계 메모리 시장 1위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24일 3분기 매출 17조 5731억 원, 영업이익 7조 300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매출은 앞선 최고 기록인 올해 2분기 16조 4233억 원과 1조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영업이익도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 4724억 원) 기록을 훌쩍 넘었다.

시장의 예상치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당초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6조 7628억 원이었다.

덕분에 세계 메모리 업계 1위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 1위를 수성했던 경쟁사 삼성전자(005930) 반도체(DS)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5조 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3분기 확정실적은 오는 31일 발표된다. 업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의 3분기 영업이익은 17억 4500만 달러(2조 4116억 원)이다.

연간으로 따져도 업계 1위가 보인다.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15조 3845억 원이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조~13조 원대로 예상된다. 분위기를 감안하면 SK하이닉스가 올해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실적 1위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공신은 단연 HBM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HBM 시장 점유율 1위다. 미국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HBM은 최근 AI 붐을 타며 주목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반도체 공룡'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AI 반도체(AI 가속기)는 AI 학습·추론에 필수적인 반도체 패키지로 GPU에 HBM을 붙여 만든다. 현재 빅테크 등 AI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AI 반도체를 너도나도 찾고 있다.

HBM과 함께 AI 메모리로 주목받는 고부가 제품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도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 eSSD는 영상·음성 등 용량이 큰 데이터를 저장·분석할 수 있고 물리적 공간을 덜 차지하며 전력도 적게 쓴다는 장점이 있는 낸드플래시다. 빅테크들은 AI 훈련을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eSSD를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eSSD는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이 맡고 있다. SK하이닉스가 2021년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흡수하기 위해 만든 법인으로 인수에는 총 90억 달러(약 12조 원)가 투입됐다. 인수 후 최근 2년간 약 7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지만 'AI 붐'이 반전을 일으켰다. 지난 분기 흑자 전환했을 정도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회사는 HBM, 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고 했다.

HBM과 eSSD 인기 덕분에 SK하이닉스는 당분간 승승장구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양산에 들어간 HBM3E(HBM 5세대) 12단 제품의 공급도 예정대로 4분기에 시작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3분기 전체 D램 매출의 30%에 달했던 HBM 매출 비중이 4분기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어 "낸드에서도 SK하이닉스는 투자 효율성과 생산 최적화 기조에 무게를 두면서 시장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는 고용량 eSSD의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jh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