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 이라크 잭팟에도 못웃는다…'천궁' 개발에 숨은 함정
'체계종합' LIG넥스원 주도로 수출계약 체결…발사대·레이더 만드는 한화 '이견'
한화 "사우디 수출도 있는데 이라크 조기 납품 어떻게"…방사청 중재에도 한달째 접점 못찾아
- 박기범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국형 패트리엇'인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M-SAM2)의 이라크 수출을 앞두고 이를 함께 만드는 LIG넥스원(079550)과 한화가 갈등을 빚고 있다.
2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과 한화는 '천궁-Ⅱ' 이라크 수출과 관련해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LIG넥스원은 지난달 20일 이라크에 천궁-Ⅱ를 수출한다고 밝혔다. 계약금은 3조7134억 원이다.
천궁-Ⅱ는 항공기는 물론 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방어체계다. LIG넥스원이 체계종합기업으로 미사일과 통합체계를 담당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발사대와 차량을 만들고, 한화시스템(272210) 레이더가 탑재된다. 3사가 함께 만드는 구조다.
이번 이라크 수출 계약은 체계종합기업인 LIG넥스원이 주도해 사실상 단독으로 진행했다. 이보다 앞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수출 당시에는 3사가 함께 계약에 참여했다.
한화는 이 과정에서 가격과 납품 일정 등에 대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LIG넥스원의 계약 발표 직후 한화 측에서는 관련 자료를 내지 않았는데, 이 같은 계약 과정의 갈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 측은 이라크의 '조기 납품' 이행이 가능할지 우려하고 있다. 앞서 계약한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먼저 천궁-Ⅱ를 이라크에 보내야 하는데, 기존 계약 물량을 생산하면서 이라크 조기 납품을 위한 생산까지 진행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비용 지급 능력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화는 2012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내전으로 인해 10년간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올해 부분적으로 공사가 재개됐지만, 정상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천궁-Ⅱ 도입 대금을 제대로 줄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반면 LIG넥스원은 현지 생산 등 복잡한 과정이 없는 계약이어서, 납품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한화와의 소통 문제에 대해선 한화 측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이현수 LIG넥스원 해외사업부문장은 "지난 7월 중순 한화 본사를 찾아가 '빨리 이에 대해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한 적도 있었지만 답이 제대로 안 왔다"고 말했다.
양측의 갈등이 불거지자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4일 3사 협조회의를 열고 중재에 나섰지만, 한달여가 지나도록 합의점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LIG넥스원과 한화 측은 모두 계약이 체결된 상황에서 해결책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확전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갈등을 K-방산의 급속한 성장에 따른 성장통으로 분석한다. 과거 정부 발주 물량만 소화하면 되던 상황에서 이제는 수출 증가로 인한 생산량 증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등으로 다양한 변수가 더해지며 대응이 복잡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규모 방산 수출 성과는 정부와 업계가 '원팀'으로 힘을 모은 결과"라며 "이번 갈등을 반면교사 삼아 민관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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