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 오늘 전반부 분수령…청약률에 '수싸움' 윤곽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률 17~18%땐 '우군 확보' 경쟁 올인
기대 밑돌 땐 '장내 매수' 변수 추가…'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이 핵심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이 23일 두 번째 분수령을 맞는다. 주주총회 표 대결까지 장기전이 예고된 가운데, 이날 종료되는 고려아연 자기주식(자사주)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후반부 수싸움'의 윤곽이 결정될 전망이다.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이날 정규장 마감인 오후 3시 30분에 끝난다.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은 총 3조 2200억 원을 투입해 최소 수량 없이 최대 20%의 지분 물량을 사들인다. 고려아연은 17.5%,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은 2.5%씩이다.

싹쓸이 땐 '우군 확보' 올인…기대 이하 땐 '장내매수 경쟁'도

쟁점은 크게 두 갈래다. 청약률이 높을수록 좋은 일반 공개매수와 달리, 고려아연 공개매수하는 자사주(최대 17.5%)는 의결권이 없고, 전량 소각 예정이라 셈법이 복잡하다. 일단 현재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고려아연 주식은 18% 안팎으로 평가돼 미달이 유력하다.

먼저 고려아연이 남은 유통주식을 대부분 '싹쓸이'할 가능성이다. 예컨대 청약률이 17~18%에 달할 경우, 자사주 소각 후 고려아연과 MBK 연합의 의결권 지분은 나란히 40% 중후반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베인캐피탈의 몫 지분(약 2~2.5%)을 최 회장 측에 얹고, 고려아연이 연내 활용할 수 있는 기보유 자사주 1.4%를 한화그룹이나 LG화학 등 우호세력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킬 경우 양측의 최종 지분 격차는 불과 1%포인트(p) 안팎까지 좁혀질 수 있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공개매수 후 유통 주식 물량 자체가 씨가 마른다면 남은 전략은 '우군 확보'만 남는다. 최 회장 측과 MBK 연합은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해 연내 임시 주주총회 또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힘을 실어줄 백기사(우호지분) 포섭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다음달 중순 한국을 찾는 트라피구라의 제레미 위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리처드 홀텀 차기 CEO와 회동한다. 글로벌 3대 원자재 중개기업인 트라피구라는 최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특히 현직 CEO와 차기 CEO가 함께 방한해 최 회장을 만난다는 점에서 트라피구라가 고려아연과 장기적인 협력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내포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 회장과 위어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고려아연 공개매수 청약률이 15%를 밑돌거나 더 낮을 경우엔 후반전 양상이 더 치열해진다. 자사주 소각을 거쳐도 양측의 지분율이 상승 폭이 크지 않을 수 있고, 유통 주식 물량도 꽤 남은 터라 '장내매수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 측이나 MBK 연합 모두 장내매수와 우군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셈"이라며 "(장내매수를 위한) 자금을 추가 조달하는 동시에 우호세력을 최대한 모아야 하기 때문에 공개매수보다 더 발이 바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2일 오전 서울 한 호텔에서 자사주 공개 매수 종결을 하루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10.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키맨' 국민연금 잡아라…고려아연 vs MBK 신경전 이어진다

국민연금이 '유일한 캐스팅보트'로 부상할 것이란 시각에는 이견이 없다. 양측의 공개매수는 한쪽의 확실한 우위 없이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은데, 막판에 7.83% 지분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주는 쪽이 단숨에 과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알려진 바 없고, 양측 공개매수에 응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정감사에서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답변했는데, 고려아연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뿐이다.

재계에선 국민연금이 수익률과 사업 경쟁력 외에 '적법 절차'와 '공정 경쟁' 등 시장 질서 준수 여부도 고려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려아연과 MBK 연합 간 장외 신경전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전날(22일) 기자회견에서 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시장 교란 행위를 통한 '유인된 역선택'을 동반했기 때문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있다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MBK와 영풍은 연이은 가처분 신청을 일단 제기해 두고, 일방적 주장을 유포하며 시장에 온갖 불확실성과 혼란을 불어넣어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다"며 "(5.34% 주주들이) 주당 6만 원이나 더 높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89만 원)에 청약하는 대신 MBK의 공개매수(83만 원)에 응하도록 유인하고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은 주가조작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MBK 연합은 즉각 반박문을 내고 "주주들의 현명한 판단까지 폄훼하지 말라"며 "(2차 가처분 결정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고 명백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지 위법성이 없다는 판단이 아니다"라며 "위법성은 가처분이 아닌 본안 소송을 통해 가려져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