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어디까지 왔나…공개매수 이후 시나리오

MBK 5.3% 확보 이어 고려아연 23일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압도적 우위 없어 주총까지 '장기전' 예상
장내매수나 자사주 활용 등 추가 수단 거론되나 쉽지 않을 듯…'캐스팅보트' 국민연금 관건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김종윤 기자 = MBK파트너스-영풍(000670)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의 1차 경영권 분쟁지였던 공개매수가 한쪽의 확실한 우위 없이 막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MBK연합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승부가 기울어진 정도는 아니다.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이 성사되지 않을 수 있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장기전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절대 우위' 없이 막 내리는 공개매수…3월 주총까지 장기전

18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37.89%의 의결권 지분율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윤범 회장 일가와 우호세력의 현 지분율 33.99%에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이 확보할 수 있는 최대 목표수량(2.5%)과 처분 가능한 기보유 자사주 1.4%를 합산한 값이다.

물론 고려아연이 유통주식 물량을 전부 자사주로 매수한다는 가정이어서 실제로는 오차가 있을 수 있다. MBK 측이 공개매수(5.34%)를 통해 38.47%의 지분율을 확보한 상황이라 양측의 격차는 1~3% 정도가 될 수 있다.

MBK는 곧 이사회 장악을 위해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 고려아연 이사진 13명 중 12명이 최 회장 측 인사여서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 장내매수로 지분을 끌어모으는 장기전으로 흐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정관에는 이사회 인원 상한이 없고, 신규 이사 선임은 보통결의 사항(4분의 1 출석·과반 동의)이기 때문에 MBK-영풍이 임시 주총을 열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고려아연 이사진이 응하지 않으면 임시 주총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신경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앞서 고려아연과 영풍은 지난 3월 두 집안의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 임시 주총을 놓고 법정에 섰던 전례가 있다. 당시엔 거꾸로 영풍 측이 이사회 소집을 거부했는데, 법원 결정은 두 달 뒤인 5월에야 나왔다. 법원이 MBK-영풍의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받아들이더라도 3월 정기주총에서 다투라고 판단할 여지가 많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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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매수? 자사주? 더 치열해진 수싸움…국민연금에 달렸다

재계 눈길은 MBK-영풍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의 '마지막 수싸움'에 쏠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 몫(2.5%)을 뺀 나머지 공개매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인데, 이 경우 최 회장 측과 MBK-영풍의 의결권 지분율은 40% 중후반대로 늘어난다. 소각 자사주 규모에 따라 격차가 달라지겠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까진 확보하지 못할 전망이라 가용한 방법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고려아연이 기보유 자사주 2.4%를 한화그룹이나 LG화학 등 우호세력에 넘겨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법이다. 다만 이번 경영권 분쟁에선 실효성이 없는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탁계약으로 묶인 자사주(1.4% 및 1.0%)는 내년 2월에나 처분할 수 있어 내년 3월 정기주총 주주명부가 폐쇄되는 연말까지 의결권을 살릴 길이 없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4% 자사주의 신탁계약이 다음달 만료되는 게 맞지만, 자본시장법상 복수의 신탁계약이 체결돼 있을 땐 마지막 계약일이 처분 제한 기간의 기준일이 된다"며 "(자사주) 활용 방안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자사주 의결권을 부활시킬 묘수가 있더라도 MBK연합이 해당 자사주의 의결권 제한을 구하는 가처분을 걸면 무용지물"이라고 부연했다.

공개매수 종료 후 추가로 '장내매수'에 나서는 방법도 있으나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까지 완료되면 매수 가능한 유통 물량 자체가 씨가 마를 가능성이 높아 실효성은 적을 수 있다.

결국 7.83%의 지분을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유일한 캐스팅보트'가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주는 쪽이 단숨에 과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개매수 후 잔여 유통 물량이 많지 않아 장내매수도 핵심 변수는 되기 어렵다"며 "MBK연합과 최 회장 측 모두 국민연금을 잡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고 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 대한 입장이 아직 알려진 바 없고, 양측 공개매수에 응했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지난 3월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정기주총에서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던 만큼 이번에 사모펀드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업체의 경영권 분쟁을 주시하고 있고, 해외 매각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