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1.5만명 해고 시작…'AI 칩' 엔비디아 맞서다 이런 참사

인텔, 오리건주 사업장 1300명 등 연말까지 1.5만명 구조조정 착수
AI 칩 '가우디3' 내년 출하량 목표 30% 하향…엔비디아 블랙웰은 '완판'

인텔의 차세대 AI 가속기 '가우디3'.(인텔 제공) ⓒ News1 한재준 기자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미국의 종합 반도체 기업 인텔이 전 직원의 15%(1만5000명)를 해고하는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실적 반등을 위해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해야 하지만, 인텔이 지난달 출시한 AI 가속기 '가우디3'의 내년 목표 출하량을 30% 이상 낮춘 것으로 알려진 반면 엔비디아는 차세대 제품 '블랙웰 시리즈'를 사전 예약으로 '완판'시켜 인텔로서는 암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테크 전문매체 '씨테크'(CTech)에 따르면 인텔은 조기 퇴직 접수와 파운드리 분사에 더해 다음 주부터 근로자 해고를 통보해 연말까지 1만5000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미국 오리건주 지역 매체들은 이날 인텔이 핵심 생산거점 중 하나인 오리건주 힐스버러 사업장 근로자 1300명 해고 계획을 주 정부에 알렸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올해 2분기 순손실 16억1000만 달러(약 2조 2000억 원)를 기록하면서 전체 직원의 15% 감원을 비롯해 조 단위 적자가 누적된 파운드리 부문의 분사를 결정한 바 있다. 팻 겔싱어 CEO는 2021년 취임하면서 2018년 철수했던 파운드리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며 250억 달러(약 33조 원)를 투자했지만, 대만 TSMC 등과 기술력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했다.

주력 사업인 칩셋도 위기에 빠졌다. 급격히 성장한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독주했고, PC·서버 CPU(중앙처리장치)에서는 AMD가 TSMC와 협력하면서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인텔은 지난해 매출이 510억 달러로 엔비디아(490억 달러)보다 많았지만, 올해 2분기 매출은 엔비디아(300억4000만 달러)가 인텔(128억3000만 달러)을 큰 폭으로 앞섰다.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실적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2일 국립대만대학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전용칩인 블랙웰을 소개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인텔은 AI 가속기를 선보이고 있으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달 출시한 AI 칩 '가우디3'의 내년 목표 출하량을 기존 30만~35만 개에서 20만~25만 개로 30% 이상 줄였고, 이를 TSMC 등에 통지했다. 가우디3는 TSMC의 5나노미터(㎚) 공정을 이용해 생산되고 16기가바이트(GB) 3세대 HBM(HBM2E) 8개가 탑재된다.

인텔은 가우디3의 이론적 성능이 엔비디아 '호퍼' 시리즈의 H100을 능가한다고 발표했다. 가격은 3만 달러인 H100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H100을 지난 2022년 4분기 출시했고, 올해 4분기 중 차세대 '블랙웰' 시리즈를 양산한다. 블랙웰 시리즈 'B100'은 TSMC 4㎚ 파운드리 공정에서 생산되며 24GB 5세대 HBM(HBM3) 12단 제품 8개가 탑재된다. 블랙웰은 양산 전부터 1년 치 물량이 사전 예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AMD 역시 최근 새 AI 가속기 'MI325X'를 공개했다. 연말 양산을 시작해 내년 초 출하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HBM3E 8개가 탑재되고, 엔비디아 H200보다 1.8배 높은 메모리 용량과 1.3배 더 많은 대역폭을 갖췄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텔은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저가 파운드리와 HBM을 채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중소형 AI 개발 업체향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AMD, 인텔 등 칩을 사용하면 엔비디아의 쿠다(CUDA) 플랫폼을 이용하기 어려워 빅테크들은 높은 가격에도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채택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독과점 체제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jupy@news1.kr